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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치닫는 용산재개발] 출발부터 삐걱… 7년간 주도권 싸움… 첫삽도 못뜨고 파산 늪으로

서부이촌동과 통합개발 놓고 코레일·市갈등 수년간 되풀이<br>CB발행 안 한다던 코레일 1년새 유상증자 발표 등 변심<br>민간투자자들 자본금도 바닥<br>해외투자 유치 단 한건 불과… 사업 실무격 AMC 책임론도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이 제대로 된 공사 한번 없이 7년 만에 파산이라는 벼랑 끝으로 몰렸다. 명운이 걸린 드림허브 PFV 이사회가 우여곡절 끝에 7일 열리지만 파국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전경. /서울경제 DB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불리는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이 지난 2006년 8월 사업 확정 후 7년이나 지났지만 공사 한 번 하지 못한 채 파산이라는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현재의 위기는 표면적으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의 주도권 싸움에서 불거졌다. 하지만 용산개발사업은 사업 초기부터 갖가지 불협화음 속에서 진행돼왔다는 지적이다. 결국 태생적으로 내재돼 있었지만 장밋빛 전망 속에 감춰졌던 리스크들이 위기 국면에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워=애초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코레일이 갖고 있는 용산 철도차량기지만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2007년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서울시가 서부이촌동 연계 개발을 요구, 결국 그해 8월 서부이촌동이 개발계획에 포함된다. 당시 코레일은 서울시 요구에 대해 "치솟는 땅값으로 서부이촌동을 통합 개발하면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지만 사업 승인권자인 서울시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

이런 우려는 현실화됐고 지난 7년간 끊임없이 되풀이됐다. 동의서 징구를 앞두고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지자 급기야 서울시는 처음으로 단계 개발 가능성을 내보이기도 했다. 2009년 4월 당시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었던 송득범 현 코레일 개발사업본부장은 "주민동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통합개발은 불가능하다"며 "주민들이 반대한다면 단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코레일의 단계개발론이 3년 전부터 거론된 셈이다.

한편 용산개발사업과 같은 공모형 PF사업은 대부분 공기업은 토지를 대고 민간출자사들이 자본을 투입해 개발하는 형태다. 하지만 용산개발사업은 코레일이 직접 시행사인 드림허브에 25%의 지분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토지주인 동시에 투자자인 탓에 이해가 상충되면서 원활한 사업 진행의 장애 요소가 됐다.

코레일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에서 코레일은 "(코레일이) 토지만 일괄매각했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코레일은 변덕·민간출자사는 몸 사리기=코레일은 2010년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던 삼성물산을 용산역세권개발(AMC)에서 축출시켰다. 당시 코레일과 민간출자사들은 삼성물산 등 건설투자자들에 지급보증을 서줄 것을 요구했고 삼성물산은 지급보증 불가,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을 주장했다. 결국 민간출자사와 코레일은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삼성물산이 가진 AMC 대주주 권한을 반납할 것을 결의했고 그 자리를 롯데관광개발이 넘겨받았다.


하지만 1년 후 코레일은 삼성물산이 요구했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와 토지대금 유예, 랜드마크 빌딩 매입 등 지원방안을 발표한다. 결국 삼성물산의 요구한 정상화 방안이 타당했음을 인정한 것이지만 이미 그때는 삼성물산을 대신할 대형 건설사를 참여시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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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11년 사업 정상화 방안 발표로 용산개발사업은 본격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정창영 현 코레일 사장이 취임하면서 돌연 재검토 수순에 들어갔다. 현행 계획대로라면 사업성이 없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

출자사의 한 관계자는 "불과 1년 사이 사업성이 없다고 태도를 바꾼 것을 민간출자사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그래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금난에 허덕일 때마다 추가 투자를 기피한 민간투자자들의 부족한 역량도 문제였다. 투자자 대부분이 자금 지원 여력이 없는 업체들이기 때문.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은 자본금이 55억원 밖에 되지 않지만 이미 1,700억원이 넘는 돈을 용산개발사업에 투입했고 나머지 주요 출자사들도 대부분 펀드 형태의 투자자여서 추가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고비마다 민간출자사들은 코레일의 결정만을 기다리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해외투자 유치 한 건…AMC 책임론도=용산사업의 모든 실무는 자산위탁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이 처리한다. 이 때문에 용산역세권개발㈜ 책임론이 거론되고 그 중심에 박해춘 회장이 있다.

박 회장은 2010년 10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아부다비ㆍ중국ㆍ홍콩 등 해외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10조원의 개발 기금을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허언이 됐다. 취임 4년째에 접어들었지만 박 회장의 해외투자 실적은 1차 CB 발행시 홍콩의 한 사모펀드로부터 115억원을 투자 받은 것이 전부다. 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6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전문경영인의 실적이라고 말할 수 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현 AMC가 특정 주주에 편향된 듯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AMC가 드림허브 이사들 간 갈등 조정 역할을 간과했다는 평가다. 특히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극한의 대립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AMC가 좀 더 신중한 태도를 가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코레일은 박 회장의 사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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