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헌장 수범사례' 수기 최우수상 이익수씨『요즘 교권이 무너지고 선생님이란 자리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무척 안타깝고 그럴수록 옛날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이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29일 교육부가 주최한 「교육현장 수범사례」 수기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익수(53·공인중개사·부산시 북구 구포2동)씨는 『아무리 세상이 혼탁해져 권위가 땅에 떨어진 세상이지만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상처를 주는 선생도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스승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해(河海)와 같으며 저도 스승님이 없으셨다면 오늘이 없었을 겁니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란 내용으로 상을, 그것도 최우수상을 받은 이씨는 정규교육과정은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었던 차진용(현재 한마음장학회 이사)씨의 도움으로 43살에 검정고시를 시작해 11년간에 걸친 고생(?)끝에 동의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씨는 10살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가산이 급격히 기울어 월사금(등록금)을 내기도 어려웠을 때 선생님이 1년간 면제조치를 해줘 간신히 초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또 한번은 당시 학생회장 선거 때 「아들을 도와 당선시켜주면 가정에 경제적 도움을 주겠다」는 한 후보학생의 부모님 말을 듣고 부정선거를 주도하다 담임에게 적발돼 그 후보학생이 떨어지게 됐다.
이후 선생님은 낙선학생 부모에게 수업시간 도중 뺨을 맞고 발로 차이는 수모를 겪게 됐지만 이씨를 끝까지 보호해주었다.
이씨는 그 후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24년만에 등록금을 갚기 위해 백방으로 선생님을 수소문해 찾아가 돈을 갚으려했지만 선생님은 끝내 받지 않고 오히려 이씨에게 가훈까지 써주며 검정고시를 준비해 학업을 계속할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이씨는 『오늘날의 나는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감히 꿈도 꾸지 못했다』며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가 무너지고 선생님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선생님은 이처럼 우리들의 등불이다.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선생님의 그리움을 담은 수기 공모에서 상을 탄 사람들은 모두 옛 스승을 그리며 이씨처럼 눈시울을 적셨다.
이날 「교육현장 수범사례」 수기 수상식에서는 이씨의 「고마우신 선생님 체험수기」를 포함해 「교단 체험수기」 「단체수범사례」 등 3개 분야에서 94명의 개인과 16개 단체가 상을 받았다.
한편 「교단 체험수기」에서는 이상훈(51) 경남 거창군 거창대성환경정보고 교사의 체험수기 「그린힐 봉사단」과 「단체수범사례」 수기에서는 제주도 한라산 산기슭의 송당초등학교가 각각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9/2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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