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권리금 분쟁에 눈 감은 정부


최근 가수 리쌍이 소유 건물 세입자와의 임대차 분쟁에 휘말렸다. 분쟁의 핵심에는 권리금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3월 빌딩을 매입한 리쌍은 전 건물주와의 2년 임대차계약이 끝난 서모씨에게 가게를 비워줄 것을 요구했지만 서씨는 도저히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임대계약을 맺으며 지불한 3억8,000만여원의 권리금을 고스란히 손해볼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서씨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좀 더 장사하게 해달라고 간청했지만 리쌍 역시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둘은 법원까지 찾았지만 모두 만족할 만한 해결책은 얻지 못했다. 결국 서씨는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이 부당하다는 위헌법률심판신청까지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권리금은 상권이나 입지, 단골 고객 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업권 등에 대해 상가 세입자들 간에 주고받는 돈이다. 전 운영자가 상권을 일궈놓고 입소문을 내 손님을 끌어온 데 대한 보상인 셈이다.


사실 권리금이 상가 세입자들 간에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세입자들은 이어받을 점포의 상권과 입지 등을 엄격히 분석해 적정 권리금을 지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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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권리금을 둘러싼 분쟁 대부분은 리쌍의 경우처럼 세입자와 건물주 간에 벌어진다. 세입자들끼리는 서로 묵인하는 권리를 건물주나 정부는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권리금을 인정하는 법 규정도 전무하다. 이를 악용해 잘나가는 가게를 권리금 한 푼 없이 차지하는 건물주도 많다는 것이 세입자들의 불만이다.

물론 건물주가 무조건 세입자의 권리금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도 무리가 있다. 세입자들 간에 주고받은 돈을 관계없는 건물주가 보상하라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이렇듯 쉽지 않은 문제이기에 세입자 등은 예전부터 정부의 개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러나 상가 권리금 문제로 촉발됐던 2009년 용산 참사가 벌어진 후에도 정부는 "권리금을 인정하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

최근 아직 노후 준비를 끝마치지 못한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와 더불어 자영업자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수십년 월급쟁이로 일하다 자영업의 세계로 뛰어든 베이비부머들이 복잡한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에 익숙할 리가 없다. 이 같은 분쟁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아직도 권리금 문제를 팔짱만 낀 채 방관자처럼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변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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