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 쓰고 / 누구는 자취 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 눈이 녹아 버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눈 위에 쓴 시-류시화> 최근 9집 앨범 ‘환타스틱’을 낸 가수 이승환은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시를 읽어 내려갔다. 지난 17일 오후 개편 이후 처음 공개된 KBS 2TV의 ‘낭독의 발견’ 녹화장. 별 모양이 그려진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이승환은 여느 때와 달리 침착한 모습으로 자신의 애송시를 낭독했다. ‘낭독의 발견’은 명사들이 출연, 자신이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의 구절을 낭독하는 프로그램. 그 동안 비공개로 진행돼 온 ‘낭독의 발견’은 이번 가을 개편 때부터 낭독에 노래를 덧붙였다. 낭독 사이사이에 출연진 등의 노래를 듣는 것. 방송 시간도 20분에서 40분으로 늘리고 시간대도 수요일 밤 12시40분으로 옮겼다. 녹화 방식도 공개 형식으로 바꾸었다. 그래서인지 이날 녹화장에는 녹화 시작 전부터 600여 명의 방청객들이 몰렸다. 그렇다면 이승환이 류시화씨의 시를 낭독의 소재로 채택한 이유는 뭘까. MC인 황수경 아나운서가 묻는다. “오늘 (녹화 중) 최고의 고비로 느껴지구요. 저랑 (류시화씨는)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이쪽에서는 제가 아웃사이더고 (문학계에서는) 류시화씨가 아웃사이더 인 것 같더라구요.” 이승환이 재치있게 대답한다. 이어 그는 “저는 시를 쓴다면 무대 위에 쓰고 싶어요. 무대 위가 바로 제 놀이터이거든요”라고 한다. 그는 이날 ‘심장병’,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등의 노래를 들려줬다. 그의 열정적인 무대에 방청객들도 환호로 화답했다. 그래서인지 프로그램의 정체성인 ‘낭독’은 다소 묻혔다. 다음 주에는 가수 싸이가 출연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이 같은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녹화분은 KBS 2TV에서 22일 밤 12시4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