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대학생활 4년

李建榮(전 건설부차관)이해찬 교육부장관이 전국의 대학신입생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 장관은 운동권출신으로 알려져 있고, 그 덕분에 국회의원이 되었고, 국회에서도 그 「기질」 덕분에 장관이 된 사람이다. 그는 『분단 이후 젊은이들이 겪어야 했던 이데오로기 홍역은 이제 끝났다』고 선언하며, 시위에 참가하기 보다 국토순례와 배낭여행 등을 통해 인격도야에 전념해 달라고 충고하고 있다. 「운동」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대학시절에 대해 좀더 진솔한 회한이라도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의 대학시절도 어수선했었다. 당시 「운동」의 대상은 한일회담과 군사독재 반대였다. 그때의 젊음과 혈기를 우리는 순수하다고 생각했다. 매년 「잔인한 4월」이 되면 시위가 시작되었고, 5월이 되어 시위가 절정에 달하면 결국 휴교로 끝장이 나버렸다. 그래서 한번도 제대로 방학을 맞은 적이 없었다. 고학년이 되어 갈수록 학사관리가 엉망이었다. 최루탄 냄새가 감도는 아스팔트 위에서 경찰이 들고 막아선 방패의 벽이 아득하기만 하였던 것은 당시 우리의 현실이 그만큼 암담하였기 때문이리라. 나는 그렇게 뒤죽박죽이 된 대학시절을 보냈다. 4년의 세월이 왜 이리 짧았을까? 그렇게 별로 배운 것도 없이 상처난 상아탑 주변에서 맴돌다 사회로 밀려나왔다. 아마 대학가의 운동권은 그 이후 유신시대를 거치고 80년대를 지나면서 조금씩 이론화하고 조직화되어 갔던 것 같다. 이런 과정에서 이념적으로 채색이 되고, 또한 많은 진보적 학자와 정치인들이 이를 뒷받침해 주었던 것이다. 지난 봄에도 이념논쟁을 치르면서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6.25가 해방전선」이라고 믿는 진보적 사상가가 많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같은 우려를 이해찬 장관이 의식한 것일까? 대학은 그냥 거쳐가는 문이 아니다. 제이 코넌트는 하버드대학 300주년 기념식에서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신성한 땅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였었다. 그러나 남북으로 대치되어 있는 상황에서 민주화를 키워온 우리의 현실은 그동안 대학을 신성하게 놔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논리도 없이 젊은이들의 운동을 무조건 「20세기에 끝난 역사의 단막극」으로 규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올해도 35만명의 젊은이들이 알트 하이델베르그(황태자의 첫사랑으로 번역됨)와 같은 낭만을 꿈꾸며 대학에 갔다. 대학 4년이 인생 40년을 좌우한다. 이 장관은 편지 한장으로 대학사회를 재단하려 하기보다, 대학이 진정 젊은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교육의 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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