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의 DNA는 다르다] 오리온 사장 김상우

'건강에 좋은 과자'로 침체된 시장 돌파


김상우 오리온(52ㆍ사진)사장은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소비침체를 오히려 매출신장의 기회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지만 먹을거리는 자신과 가족건강을 고려해 프리미엄 제품을 고르는 성향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이 지난해 초 출시한 웰빙과자 '닥터유'는 시장흐름 변화를 간파한 김 사장의 마케팅전략이 제대로 적중한 히트작이다. 닥터유는 오리온 연구소가 서울대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와 손잡고 영양학적 연구를 통해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균형을 맞춰 출시한 과자다. 닥터유가 주목 받는 것은 '과자가 몸에는 해롭다'는 소비자들의 편견을 깨고 '과자가 몸에 좋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닥터유는 지난해 멜라민, 이물질 파동등으로 기존 과자들과 차별화되며 출시 첫해 4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닥터유에 이어 지난해 12월 내놓은 마켓오도 '건강에 좋은 과자'에 대한 소비자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출시 6개월동안 월 평균 매출이 50억원을 넘었다. 오리온은 닥터유와 마켓오의 판매 호조세가 이어져 각각 올해 매출이 600억원, 4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우 오리온사장이 '좋은 과자 만들기'만큼 중요한 목표로 삼는 것은 '행복한 회사'다. 행복한 사원이 많을수록 건강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자 수요층의 연령대가 낮은 만큼 신세대의 시각과 문화에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제과사업을 '엔터테인먼트'사업이라고 정의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김사장의 독특한 엔터테인먼트 경영은 실제 조직역량을 높이는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문화의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한 체험 프로그램에 전 임원들이 참여하는 것은 물론 김사장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장소를 찾아 경험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 가운데 '체험!, 트렌드 따라잡기' 프로그램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해보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실제 김사장은 그동안 PC방이나 보드게임 카페, 락 볼링장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매주 수요일은 오리온의 '맵시 데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자율복장으로 개성을 표출하도록 하기 위한 이벤트다. 수요일이면 김사장도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기도 하고 직원들은 생활한복, 힙합바지, 귀걸이에 선글라스를 걸치고 출근한다. 오랫동안 실력을 닦아온 마케팅의 고수답게 직원들에게도 스스럼 없이 다가가 대화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때로는 자신의 마케팅 관련 노하우를 직원들에게 직접 강의하는 강사로 변신한다. 그는 또 전 직원의 애로사항을 여과 없이 듣기 위해 'Kim's cafe' 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이 사이트를 통해 전 직원들은 김 사장에게 고민을 이야기하고, 김 사장은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 김상우 오리온사장 약력 김상우 오리온사장은 '샐러리맨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불린다. 1957년 인천에서 출생한 그는 홍익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87년 현재 오리온인 동양제과에서 직장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오리온에서 마케팅부장, 마케팅 부문장 등 오로지 마케팅만을 담당하며 14년만에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오리온프리토레이에서 근무하던 당시 경쟁사와 차별화된 프로모션으로 스낵매출을 끌어올리는 등 마케팅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지난 2003년 오리온의 사령탑을 맡은 후에도 웰빙과자 '닥터유'를 통해 오리온의 이미지를 '좋은과자를 만드는 회사'로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 국내 프리미엄 과장시장의 선두자리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 경영철학 - "대화·체험으로 트렌드 잡는다" 오리온의 이 같은 '트렌드 선도'전략은 당분간 불황기 과자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닥터유, 마케오 외에 오리온의 포화지방 저감화 및 트랜스지방 제로화등을 다른 경쟁사들이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지난 2001년부터 트랜스지방 제로화 준비부터 포화지방 저감화, 그린패키지, 닥터유 프로젝트, 마켓오 그리고 최근 오리온 전공장의 식품위해요소 관리기준(HACCP)인증까지 '제품 및 시스템 혁신 6단계'를 차근차근 진행해 왔다. 김 사장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했다"며 "웰빙과자를 통해 오리온의 기존 과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각이 바뀌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리온의 대표 장수 히트제품인 초코파이도 원료를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성분 함유량도 기존보다 천연재료의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바꿨다. 김 사장은 파워브랜드 몇 개만을 집중으로 키울 계획이다. 오리온은 지난 90년대부터 브랜드수를 줄이는 대신 핵심역량을 소수 브랜드에 집중시키는 전략을 지속해 왔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브랜드와 경영 내실을 다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 사장은 국내시장에서 만족하지 않고 해외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오리온을 글로벌 제과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중장기적 목표를 세웠다. 오리온은 지난 2004년 12월 미 프리토레이사와 합작기업이었던 스낵제조 전문업체인 오리온프리토레이의 프리토레이사 보유 지분을 전부 인수하며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을 독자 설립했다. 국내 자본으로 거듭난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은 '합작회사 제품은 해외로 나갈 수 없다'는 한계를 넘으며 오리온의 '포카칩', '스윙칩', '오감자' 등과 같은 스낵 제품들도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현재 중국, 베트남 등에서는 오리온 스낵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오리온은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을 공략하는 한편 동유럽까지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에 추가로 공장을 건설하는등 10여곳에 생산시설을 확보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오리온을 궁극적으로 세계적인 기업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월드클래스(World Class)'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그는 "제과사업은 먹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승화될 수 있다"며 "이 같은 오리온의 철학을 마케팅에 접목시켜 초코파이를 잇는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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