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 AD 2011. 4.27

"정부가 지난해 3월 천안함 폭침사건 때 'BC(기원전) 천안함'에서 'AD(서기) 천안함'이라는 말을 썼는데 이제는 AD 4ㆍ27이라는 말을 써야 할 것 같네요." 서울이 지역구인 한나라당의 한 초선의원은 28일 4ㆍ27 재보선 패배에 따른 당혹감과 충격을 이같이 표현했다. 좋든 싫든 천안함 이후 남북관계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던 것처럼 이제는 4ㆍ27 이전의 국정기조와 스타일을 전면 쇄신해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내년 총선과 대선 전초전 격인 이번 재보선 패배에 따른 여권 내 후폭풍이 거세다. 당은 안상수 대표 등 지도부가 다음주에 총사퇴하고 6월에 전당대회를 열어 선장과 조타수를 새로 뽑는다. 당의 전면쇄신과 당정청 관계 재정립, 국정운영방식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권력누수에 직면한 이명박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황식 총리도 자신과 내각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자성했다. 청와대는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에게 장관을 제의하는 등 막판 개각 움직임에 속도를 내는 한편 내부 인적 쇄신도 고민 중이다. 하지만 명심할 게 있다. 당정청이 민심수습에 바삐 나서는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당 지도부 개편과 개각 등으로 난관을 돌파할 수 있다고 본다면 난센스다. 이번 선거에서 물가급등과 양극화 등으로 민심이 이반된 상태에서 색깔론이나 부정선거라는 과거 회귀행태에 대한 젊은층과 서민ㆍ중산층의 반발이 컸던 점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8ㆍ15 광복절에서 국정화두로 제시됐던 친서민ㆍ공정사회 기조가 어느새 '말의 성찬'으로 변질됐다는 점에서 문제의 뿌리가 있다. 정부여당에 부메랑이 된 측면도 있었지만 자꾸 꼼수를 부렸다. 일단 공이 북한에 넘어간 상태이기는 하지만 'AD 천안함' 국면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전망도 내놓지 못했다. 감세기조의 전환 등 경제정책 일대 쇄신도 긴요하다. "군자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고 했던 '순자'의 충고를 되새길 때다. 민심을 얻지 못하면 권력은 일엽편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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