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긴급 제언-부동산 이렇게 살려라] <5>'줄·풀·세' 도입을

공공물량 '줄'이고 조세 부담 '풀'며 금융 인프라 '세'워야<br>수도권 택지공급 계획 바꾸고 청약제도 단계적 폐지·축소를<br>유명무실한 리츠 활성화 위해 세율 추가 감면하는 방안 필요


#지난 2001년 국내에 선진국형 부동산펀드인 리츠가 도입되자 주택개발시장에 민간자금이 흘러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택사업을 벌여 수익을 얻는 순수한 주택형 리츠는 없다. 미분양 주택을 장부상에서 떨어내려고 건설사들이 한시적으로 만든 리츠가 9곳 있으나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이며 그나마 5곳은 청산 중이다.

#현 주택분양제도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급을 늘리기 위해 마련된 1972년의 주택건설촉진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 미분양과 시장침체가 확연한데도 보급률에 중점을 둔 40년 전 분양제도는 그대로다.


정부는 주택 관련 제도를 수도 없이 고쳐왔지만 정작 구닥다리 공급체계는 방치하고 선진형 제도 정착에는 소홀했다. 새 정부가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 같은 근본 문제를 수술할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리고 그 방향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공교롭게도 당선인의 핵심 공약과 흡사하다. '부동산에도 줄ㆍ푸ㆍ세 하라'는 결론이 그것이다. 공급과잉인 주택시장에서 공공물량을 '줄'이고 불합리한 조세ㆍ준조세 부담은 과감히 '풀'며 주택거래를 살릴 금융 인프라를 '세'우라는 뜻이다.

우선 공공주택 물량과 민간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도권 택지공급계획의 전면 구조조정 ▦청약제도의 점진 폐지ㆍ축소 ▦후분양제 확대 ▦획일적 주택공급품종 다변화 등이 추진돼야 할 것으로 진단됐다. 봉인식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2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경기도 주택수요는 83만가구로 추정되지만 같은 기간 택지개발을 통해서만 108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택지개발 시기조정 등을 통해 공급량을 50만가구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민간사업자들의 미분양 주택 적체를 막기 위해서는 잠재수요자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공급제도는 부분수정으로는 안 된다"며 민영 중대형 주택부터 시작해 청약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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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제도 도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업계에서 나온다. 하지만 현행 선분양제는 오히려 주택공급이 부족하고 자본력이 없었던 시대에 만들어진 기형적 제도인 만큼 후분양제는 그대로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 오히려 타당하다. 대신 사업 승인 후 완공까지 2~3년간의 사업 리스크와 해당 기간 사업비 부담을 모두 짊어지는 점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 특히 후자의 경우 금융ㆍ세제지원 등을 통해 사업자가 후분양에 따라 늘어나는 조달비용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택법 등 관계법령을 정비해 건설사들이 급변하는 인구ㆍ소득ㆍ산업구조에 발맞춰 다양한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진흥책도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 측면에서는 현재 유명무실한 리츠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택임대용에 한해 이미 5%로 낮춘 세율(배당소득세)을 추가로 감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한국리츠협회의 한 관계자는 "상가나 오피스는 국토해양부의 공식통계만 봐도 연평균 6~7%의 수익률을 내지만 일반 아파트 등은 이 정도 수익률을 내기 힘드니 사업자로서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세제혜택을 더 줘 보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리츠와 부동산펀드가 사실상 흡사한 투자상품인데도 소관 부처가 달라 일관성 있는 지원대책 마련이 어려운 점도 개선될 사항으로 꼽힌다. 리츠는 국토부, 부동산펀드는 금융위원회가 담당하는데 총리실 산하에 조율조직을 두거나 한 곳으로 정책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임대주택사업용 리츠에 대해 민영주택 우선공급 혜택을 줬지만 유명무실한 점도 문제다. 관련 세부규정을 지자체 조례에 맡긴 탓이다.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지자체별 의견을 수렴해 세부규정을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를 점진적으로 축소ㆍ폐지해 은행 자율로 하도록 하고 임차인이 자가전환을 하도록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8개에 달하는 준조세 중 성격이 비슷하거나 불합리한 것은 통폐합하거나 요율을 조정하고 종합부동산세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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