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당신의 미래, 한국의 미래

복지혜택 갈등 위험수위 각국 재정부담 완화 안간힘<br>젊은층 부담 줄이는 개혁 기업 힘 싣는 성장전략 필요


시골에 홀로 계신 노모에게 가끔 안부전화라도 걸어보면 집보다 아파트 노인정에 계실 때가 훨씬 많다. 친구 분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어울려 지내다 보니 노인정이 훨씬 편하다고 하신다. 오죽하면 열 효자보다 외려 노인정이 낫다는 얘기까지 나올까 싶다. 좀처럼 서울에 오시기를 꺼리던 어머님이지만 얼마 전 아들 집에서 일주일이나 묵고 가신 적이 있다. 노인정이 리모델링에 들어가 마땅히 가실 만한 곳이 없어진 탓이다. 공간이 비좁고 취사시설도 부족하다며 민원을 제기하자 동사무소에서 난방시설까지 교체해 새롭게 단장해줬다고 한다. 여기다 매달 일정액의 보조금까지 나온다면서 노인정 생활에 아주 만족해 하신다. 그러면서도 노인들에게 나랏돈이 너무 많이 지원되니 행여 아들 세대에 과도한 빚을 떠안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도 내비친다.

평범한 시골 노인의 생각이긴 하지만 이는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최대 현안이기도 하다. 급속한 고령화로 사회 보장지출이 늘어나다 보니 경제 전반에 대한 주름을 줄이면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당면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최근 미국이 정부기관의 폐쇄위기까지 내몰릴 정도로 치킨 게임을 벌인 것이나 복지천국으로 불리던 유럽 각국의 위기상황도 사실상 정부 부채의 팽창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인 기초연금 시행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으며 야권에서는 복지 분야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새해 예산안을 짜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에 대해 소득과 재산수준에 따라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거나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하나같이 과도한 복지지출에 따른 재정 부담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우리와 여러모로 닮은 꼴이라는 일본은 최근 내년 4월부터 소비세율을 현행 5%에서 8%까지 올리기로 결정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소비세를 올린 것은 선진국 최악의 수준이라는 재정 부담을 털어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아베의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볼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어쨌든 민감한 시기에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그의 결단력은 높이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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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이제 복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정책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정부가 기초연금을 10만~20만원에서 지급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소득세 인상이나 부자 증세 등을 놓고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자칫 정부가 국민들의 모든 고통을 해결해줘야 한다는 환상이나 남의 것을 빼앗아 나눠가져야 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이 널리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러다간 국민 개개인은 물론 나라의 미래가 하나같이 불확실성의 먹구름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국가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확고한 정치 리더십이다.

전후 최초의 좌파 연립정부를 이끈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복지제도의 수술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핵심으로 한 개혁조치를 단행했다. 그는 8차례에 걸친 노사정위원회 회의가 결론을 내지 못하자 지지세력의 반발을 무릅쓰고 중장기 구조개혁을 밀어붙여 오늘날 경제 성장의 초석을 일궈냈다.

정부 경제팀은 지금 경기회복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며 이 모멘텀을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경기 회복세를 탄탄하게 뒷받침할 재정 건전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부 지원은 눈먼 돈이라는 환상을 없애고 효율적인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 연금이나 건강보험도 젊은 세대의 과도한 짐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철저하게 개혁돼야만 한국 사회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물론 일자리 창출과 투자의 주역인 기업들에 힘을 실어줘 성장이라는 바퀴가 제대로 굴러가도록 만드는 것도 중차대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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