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구조조정 리스크 탓…" 실물부문 돈가뭄

■ 연초 부도대란 오나<br>MMF 쏠린 돈 100兆 돌파, 주식형펀드 곧 추월 예상<br>"자금경색 지속되면 제2·제3 쌍용차 나올수 밖에…"<br>정부, 자본확충펀드 출범계기 구조조정 가속화할듯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은 첫 신호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책금리를 낮추고 돈을 더 푼다 해도 시중자금이 실물로 옮겨 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제2, 제3의 쌍용차는 나올 수밖에 없고 시중에 팽배해 있는 이 같은 구조조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자금 경색 흐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안전자산, 그중에서도 단기상품에만 쏠리는 시중자금의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 놓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 등 정부는 시중자금의 실물 유입을 위해 은행자본확충펀드 출범을 계기로 기업 구조조정에 한층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MF, 주식형 펀드 설정 잔액 초과 시간 문제=갈피를 못 잡는 시중자금은 현재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쏠리고 있다. MMF로의 자금 집중 심화는 은행ㆍ기업 등 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실물 등 구조조정 리스크로 투자할 곳이 없는데다 현금 확보 등의 목적으로 초단기로 운영되는 MMF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실제 MMF 개인 자금은 지난해 초 42조원에서 최근 29조원으로 줄었으나 법인 자금은 이 기간 동안 15조원에서 70조원으로 무려 4.6배가 폭등했다. 특히 올 들어 MMF 잔액은 하루 평균 2조원 넘게 유입되면서 지난 8일 현재 101조2,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월 말께에는 MMF 잔액이 주식형 펀드 잔액을 초과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시중자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위기 심화에다 실물경기 침체와 기업 구조조정 등이 겹치면서 사실상 주식ㆍ채권 등 실물시장에 거의 유입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주식형 펀드 잔액은 2008년 9월 말 142조원에서 하반기 139조원으로 하락했고 현재도 140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채권형 편드 잔액은 규모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산운용협회의 한 관계자는 “MMF 설정액의 급증은 시중유동성이나 실세금리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작용하면서 초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려는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금 물꼬 전환, 구조조정 리스크 해소 등 넘어야 할 산 많아=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로 정기예금 금리도 속속 하락하고 있다”며 “여러 여건을 고려해 볼 때 MMF로 자금 쏠림 심화는 더 심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그 이유로 시장 전반에 퍼져 있는 실물과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을 들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시중자금이 주식ㆍ채권 등 실물 부문에 유입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쌍용차 법정관리 신청은 첫 신호에 불과하고 다른 중견ㆍ대기업도 어려워질 텐데 이런 상황에서 시중자금은 초단기 안전자산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시중자금의 쏠림이 장기화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 이면에는 실물을 짓누르고 있는 구조조정 리스크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금융감독원 기업구조조정 담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기업 구조조정은 죽은 기업이 아닌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외환위기 때처럼 속전속결로 처리할 수 없어 장기화될 여지가 많은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 등 정부 일각에서는 은행자본확충펀드 출범을 계기로 기업 구조조정 정책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본확충펀드는 1월 말 출범하고 2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은행 부실 발생시 지원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만큼 금융당국이 실물과 구조조정 리스크 해소를 위해 소극적 개입에서 적극적 개입으로 정책을 선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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