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국세청 '지하경제와의 전쟁' 칼 뺐다

927명 동시투입… 대자산가·역외탈세자 등 224명 고강도 조사


부품제조업체의 사주 A씨는 배당금으로 불어난 재산을 증여하려고 자녀 명의의 장기저축성 보험에 210억원을 일시 납입하고 부동산 취득자금 180억원을 현금으로 증여했다. 400억원 가까이 자녀에게 돌아갔지만 증여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탈세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모기업이 취득한 고액의 기계장치를 계열사인 자녀 소유의 법인에 장기간 무상 대여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넘겼다. 그러면서도 기계장치에 대해선 투자세액공제를 받는 얌체 짓을 했다. 국세청은 A씨 자녀에게 증여세 191억원, 법인에 351억원 등 613억원을 추징했다.

지하경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국세청이 4일 드디어 칼을 뺐다. 이날 오전 한꺼번에 무려 927명의 조사인력을 동시에 투입해 변칙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한 기업인, 역외탈세 혐의자, 불법 사채업자 등 224명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이 이날 동시 세무조사에 들어간 곳은 탈세혐의 대재산가 51명, 역외탈세 혐의자 48명, 불법·폭리 대부업자 117명, 탈세 혐의가 많은 인터넷카페 등 8건 등이다. 전국 조사인력(4,000명) 가운데 4분의1이 동시에 투입됐다.

조사대상에 포함된 대재산가에 대해서는 위장계열사 설립, 부당 내부거래, 지분 차명관리, 특정채권·신종사채 등을 통해 편법 상속·증여행위가 중점 검증된다. 기업인 중에는 100대 기업의 사주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역외탈세 혐의자 37명에 대한 세무조사는 현재 진행하고 있고 11건은 이날부터 조사가 이뤄진다. 이들은 국내에서 거둔 소득을 외국에서 받아 숨기고 국외발생소득과 국외금융계좌 신고를 누락한 혐의를 받는다. 국세청은 외국 정부로부터 국외금융소득 자료를 수집해 정밀분석 중이어서 곧 추가 조사가 예상된다.

불법 고리(高利)를 받으면서 차명계좌나 고액 현금거래를 이용해 세금을 빼돌린 사채업자 가운데는 사채자금을 주가조작ㆍ불법도박 등 또 다른 지하경제 자금으로 활용한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건당 100만원 내외의 광고비를 받고 홍보용 사용 후기를 작성해주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을 하면서 소득을 신고 누락한 주요 포털사이트의 최상위 인터넷카페와 국외구매대행업체 등 8건은 국세청이 새롭게 주시하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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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조직을 가다듬고 올해 세무조사 운영방향을 세웠다. 지방청 조사 분야에 400여명, 조사팀 70여개를 보강한 데 이어 서울청 조사2국과 4국을 각각 개인, 법인분야 지하경제 추적조사 전담조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들은 의료업종ㆍ전문자격사ㆍ유흥업소 등 현금거래가 많은 업종과 고급주택 임대업자 등 불로소득자를 집중 조사한다.

또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법인에 대한 조사비율을 높이고 일감 몰아주기 과세 시행에 따른 불공정 합병, 지분 차명관리, 위장계열사 설립을 통한 매출액 분산 등을 깊이 있게 점검할 예정이다.

임환수 조사국장은 "음성적으로 부를 축적·증여한 대법인, 재산가, 민생침해, 역외탈세 분야에 조사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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