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 못다한 이야기·선물 나누며 웃음꽃 … "내일이면 이별" 울먹이기도

오리털점퍼·초코파이에 "잊으면 안돼" 사진첩 전달

'구급차 상봉' 김섬경·홍신자씨, 건강 악화로 아쉬운 조기 귀환

남북이산가족들이 21일 오전9시 개별상봉을 시작으로 이틀째 만남을 이어갔다. 이들은 '울음바다'를 이뤘던 전날과 달리 이날은 '웃음꽃'을 피우며 전날 못 다한 가슴속 이야기를 풀어냈다.

남측 숙소인 외금강호텔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개별상봉에서 김동빈(80)씨는 북측에 두고 온 큰누나 김정희(82)씨를 비롯한 남매들을 만나 옷가지 등을 전달했다. 김동빈씨의 부인인 신명순씨는 "선물로 준비한 오리털 점퍼와 부츠를 사와 전달했다"며 "남편의 시계도 풀어서 줬다"고 밝혔다. 김동빈씨는 북측 남매들에게 대평곡주, 평양술, 백두산 들쭉술 등 총 3종의 술 세트를 선물로 받았다. 김동빈씨는 북측 가족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너희들이 건강해서 기쁘며 누이(김정희씨)를 하늘같이 모시라"며 "남북이 통일되면 다시 보고 항상 건강하게 몸관리하거라"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세린(85)씨는 여동생 김영숙(81)씨와 조카 김기복(51)씨를 만나 자신의 젊은 시절 사진이 담긴 사진첩과 겨울 점퍼, 영양제 등을 전달했다. 이번 상봉에 동행한 김세린씨의 딸 김영순씨는 "속초에서 다들 손주들에게 줄 초코파이를 사길래 같이 사서 전달했다"며 "영양제를 선물로 드렸더니 특히 많이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김세린씨는 개별상봉 직전 "내가 장남인데 전쟁통에 친구의 권유로 남쪽에 내려와 결국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며 "북쪽의 가족들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밝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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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자(68)씨는 어머니와 함께 북에 두고 온 여동생을 만나기로 했지만 지난 5일 어머니 서정숙씨가 사망, 홀로 여동생을 만났다. 김용자씨는 이날 여동생에게 어머니가 생전에 준비한 내복을 비롯해 겉옷·양말·커피믹스 등을 전달했다. 김용자씨는 "어머니가 상봉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본 후 눈을 감으셨는데 그게 더욱 안타깝다"며 "상봉 전날 어머니 생각에 잠을 잘 못 잤는데 어제 단체상봉에서 어머니 영정사진을 동생에게 전해준 뒤 잘 잤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번 개별상봉에서 우리 측 가족들이 전달한 선물은 모두 모아서 평양으로 보내진 후 다시 북측 가족들에게 전달된다. 일부 가족들은 북측 가족에게 달러를 쥐어줬지만 "제대로 가져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훈훈한 분위기는 정오에 진행된 공동중식장에서도 이어졌다. 전시납북자 가족인 최병관(68)씨는 아버지가 북에서 낳은 이복동생인 최경희(53)씨와 최병덕(47)씨를 만나 "남는 게 사진밖에 더 있겠느냐"며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지었다. 박양곤(54)씨도 1970년대 납북된 형 박양수(58)씨를 만나 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박양곤씨는 취재진에게 "몸이 안 좋아 같이 오시지 못한 누님이 형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실 수 있게 사진을 많이 찍어달라"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점심 식사 이후에는 이산가족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4시부터 시작된 2시간가량의 실내상봉에서 다음날이면 헤어진다는 아쉬움 때문에 울먹이는 가족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내상봉 막바지까지 터지는 눈물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무는 가족도 눈에 띄었다. 남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80명과 동반가족 56명, 북측 가족 170여명은 22일 오전9시 금강산호텔에서 1시간의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3일간의 짧은 만남을 마무리한다.

한편 전날 구급차에 타고 상봉행사에 참석한 김섬경(91)씨와 홍신자(84)씨는 건강이 악화돼 이날 오후1시30분께 우리 측으로 귀환했다. 김섬경씨는 전날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1박2일의 짧은 만남만 가진 채 귀환했다. 김섬경씨의 아들 김진황씨는 "아버님이 노환으로 다리를 못 쓰시고 약기운으로 버티고 있는데 의료진이 걱정돼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고 했다"며 "추석 때는 지팡이를 짚고 걸으셔서 그때 (상봉이) 됐으면 이렇게 쇠약하지 않으셨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외에도 이날 외금강호텔 부근에서 제설작업 중 낙상사고를 당한 한국도로공사 직원 이모씨가 구급차 편으로 오후1시께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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