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배릭먼이 그로스를 제치고 새로운 채권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바클레이 미국 채권지수를 추종하는 '토털 채권시장 인덱스펀드'를 운용, 괄목할만한 실적을 내고 있다.
이 펀드는 빠르면 다음달 핌코의 가장 큰 펀드인 '토털 리턴 펀드'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두 펀드 간 운용자금은 1,000억달러(112조6,000억원) 정도로 큰 차이가 났지만, 지난달엔 격차가 10분의 1로 줄어 100억달러 이내로 줄어들었다. 지난달 말 기준 토털 채권시장 인덱스펀드의 자산은 1,149억 달러였고, 토탈 리턴 펀드는 1,247억 달러였다. 현재 핌코 펀드에서는 수개월째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반면, 뱅가드는 꾸준한 자금유입으로 1위 탈환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매년 호전되고 있는 실적은 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펀드시장의 지형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비싼 보수를 내면서도 고수익을 추구하며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지만, 최근 수년 새 급변하는 경제 여건 속에서 수익은커녕 손실만 커지자 비교적 안정적인 인덱스 펀드로 방향을 틀고 있다.
게다가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투자를 진행하는 인덱스펀드는 시장과 종목 분석비용이 적게 들다 보니 운용 보수가 적어 인기를 끌고 있다.
수익률 면에서도 인덱스펀드는 지난해 주식형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다. 펀드 조사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주식형 펀드 74%가량이 시장 수익률을 밑도는 성적을 냈다. 하지만 뱅가드의 '뱅가드500지수연동형펀드'는 S&P500지수의 수익률과 같은 15.4%를 기록했다. 이러한 인덱스펀드의 장점과 수익률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배릭먼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인덱스 펀드를 처음 선보인 뱅가드도 세계 최대 펀드 운용사로 거듭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총 2,910억달러를 유치하며 모닝스타가 선정한 '최고 인기 투자회사'에 뽑혔다. 전체 운용자금도 2006년 1조 달러에서 2013년 2조 달러, 지난해에는 3조 달러로 급격히 늘었다. 뱅가드는 이 중 80% 정도인 2조4,500억 달러를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로 운용하고 있다.
반면 액티브펀드의 대부 그로스는 빠르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가 몸담았던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핌코도 마찬가지다.
핌코에서 나와 야누스캐피털로 옮긴 그로스는 현재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가 운용하는 '야누스 글로벌 무제한 채권펀드'는 지난달 1,850만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수익률도 지난 3개월간 -1.7%를 기록해 하위권으로 쳐졌다.
핌코도 지난해 토털 리턴 펀드에서 1,030억 달러를 비롯해 총 1,750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최악의 자금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자신의 아내를 위해 뱅가드 인덱스펀드를 매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앞으로도 투자자들의 이동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들이 비싼 보수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투자 실적을 내는 주식형 펀드에서 시장 지수를 따라가며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펀드로 돈을 옮기고 있다"며 "이게 펀드매니저에게 많은 권한을 주는 자산 운용사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이유"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