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이번 인사는 노무관리와 글로벌(해외) 역량 강화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내수 부진과 장기간의 파업을 거치면서 양대 부분의 힘을 기르지 않고는 글로벌 톱5의 꿈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있다.
아울러 현대ㆍ기아차의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사장급 인원을 대폭 늘린 것은 `삼성식 인사시스템`을 상당히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그룹측은 이번 인사로 CEO(최고경영자)들의 부문별 책임경영 체제가 더욱 확고해졌다고 평가했다.
◇대노조 협상자의 격을 높였다= 지금까지 현대ㆍ기아차의 노사협상은 총괄 사장이 공장에 상주하며 노조의 파트너 역할을 했다. 파업이 장기간으로 이어질수록 경영전반의 누수현상이 일어 날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김동진ㆍ김뇌명 두 부회장은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처럼 총괄 기능을 맡을 것”이라며 “일선 공장장들이 전면에서 노조와 상시 대화파트너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인사에서 전천수 울산공장장(부사장)의 직급을 사장으로 격상시켰고, 기아차도 사내 노사문제 전문가로 꼽히는 윤국진부사장(경영지원본부장)을 사장으로 올렸다. 안주수 현대차 아산공장장과 김기철 광주공장장 역시 부사장으로 한계단씩 올려 현장 책임경영과 노무관리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한 포석을 감추지 않았다.
◇해외마케팅 주력하겠다= 정몽구 회장은 “2010년까지 월드베스트상품 6개를 내놓겠다”며 글로벌 톱5를 위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현대차는 “두 부회장이 해외를 누비며 글로벌 경영의 발판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안인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주 상용차 합작건이나 동유럽 현지공장 건설 등은 모두 두 부회장의 주도아래 이뤄질 전망이다. 김용환 기아차 해외영업본부장을 부사장으로 격상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현대ㆍ기아차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비서 출신인 이전갑 케피코 사장을 현대ㆍ기아차 감사실장(부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감사실에 대한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 관심을 끌었다. 그룹 관계자는 “감사실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분위기를 다잡는 동시에 환경ㆍ윤리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