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류 3.0 K스타일 키워라] <4> 한국기업 DNA를 세계로

'한강의 기적' 이미지 활용 3S 경영·혁신적 생산기법 상품화를<br>삼성 '패러독스 경영' 현대차 '원키트 공법' 등<br>신흥국서 선진국까지 연구 분석하고 벤치마킹<br>한국만의 '프로세스 브랜드' 정착 땐 국격도 쑥쑥

'원 키트' 생산방식이 도입된 현대자동차의 브라질 공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6시그마' 경영기법을 전세계에 퍼뜨린 제너럴일렉트릭(GE).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지난주 한국을 찾아 "한국 기업은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라며 "삼성의 장점을 배우고자 내부적으로 삼성을 많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6시그마를 통해 전세계에 미국 기업 DNA를 퍼뜨린 GE가 거꾸로 스피드 경영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경영기법을 배우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 것이다. 실제 GE는 내부적으로 삼성ㆍ현대차 등 대표기업의 지배구조, 업무 시스템 등 전반에 대해 폭 넓게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등 세계 유수 대학에서 한국 경영기법에 대해 연구, 분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베트남ㆍ필리핀 등 신흥시장의 경우 현지 기업인들이 한국에 와서 우리의 경영기법을 습득하는 일은 이제 보편화됐다.


한류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실 이 같은 우리 기업의 DNA가 전세계에 퍼지는 것이 중요하다. 6시그마처럼 미국 포드자동차의 '포드 시스템', 일본 도요타의 '저스트인타임(Just in time)' 등이 단순한 경영기법을 넘어 전세계에 그 나라의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 한 예다.

이와 관련,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무역, 이제는 소프트파워다'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혁신적 생산방식을 '프로세스 브랜드'로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드와 도요타처럼 경영ㆍ생산방식을 브랜드화해 한국 기업과 제품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프로세스 브랜딩에 성공하면 장기적으로 해당 기업 제품의 매력과 신뢰도가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는 독일산 자동차나 칼에 세계 최고급 이미지를 부여하는 프로세스 브랜드다. 수십년간 외길을 걸어온 장인들이 만드는 제품이라는 이야기가 덧씌워져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제품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장인이 한땀 한땀 공들여 만든 에르메스의 명품 가방도 마찬가지다. 물론 기본적으로 이들 제품의 품질과 마케팅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장인정신을 곁들여 구축한 프로세스 브랜드는 소비자의 충성심을 일으키는 마지막 1%라고 할 수 있다. 또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사의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해외에서 점차 이 같은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0년부터 '플로팅 도크(floating dock)' 공법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전까지 조선업계에서는 지상의 선박건조 시설(도크)에서만 선박을 만들었다. 하지만 도크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물량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대우조선해양은 도크를 공간활용이 제한적인 지상이 아닌 해상에 설치함으로써 이 문제를 돌파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땅이 좁아 도입된 방식이기는 하나 선주에게 '바다에서도 선박을 건조할 수 있다'는 기술력을 어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현대자동차그룹도 생산방식의 모듈화로 생산혁신을 이룬 바 있다. 모듈이란 쉽게 말해 조립되는 위치나 기능이 비슷한 자동차 부품끼리 결합해둔 '덩어리'다. 예를 들어 자동차 앞범퍼와 헤드램프, 냉각 시스템 등 30여가지 부품으로 구성된 프론트엔드모듈(FEM)을 즉시 완성차 조립라인으로 보내는 식이다. 모듈 단위로 부품을 공급하면 자동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수만개의 부품을 하나씩 공급하는 것보다 생산단계를 축소할 수 있어 훨씬 효율적이다.

또 모듈 업체가 모듈 단위로 품질을 보증하고 전공정을 추적ㆍ관리할 수 있도록 해 완성차 생산라인에 맞춰 서열별로 생산하는 '직서열(Just In Sequence) 방식'으로 재고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덕분에 소비자의 요구나 시장변화에도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생산혁신을 바탕으로 가장 최근에 문을 연 브라질 공장에는 '원키트 공급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는 다양한 부품을 생산라인 옆에 가져다 두고 조립하는 대신 차량 한 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만큼만 부품을 담은 키트가 조립 중인 차량과 함께 라인을 타고 이동하는 방식이다.

창의성과 혁신이 중요한 요즘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의 3S(SmartㆍSensitiveㆍSpeedy:똑똑하고 감성적이며 재빠른) 경영 시스템도 주목된다. 삼성은 '패러독스 경영'으로 혁신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데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패러독스 경영은 빠르고 저렴한 제조능력에 성과 위주의 서구식 경영 시스템과 창의적인 연구개발(R&D) 시스템 등을 혼합한 경영방식 뜻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패러독스 경영이 품질과 마케팅을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한가지 고려할 것은 프로세스 브랜딩의 핵심은 그 나라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연계해야 성공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독일ㆍ일본의 자동차ㆍ기계류, 스위스의 시계 브랜드는 이들 나라가 꼼꼼하고 근면한 국민성이 세계인의 머릿속에 각인된 상태에서 출발해 현재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는 예술적 감수성으로 우위를 점한 상태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특히 신흥국가에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점을 십분 활용하며 한류는 또 한 단계 발전하면서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주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