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면 기회라니까 일단 지켜봐야죠.”
미국 증시의 폭락 여파로 ‘블랙먼데이’를 연출한 22일 증권사 객장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차분한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객장 여기저기에서는 조용히 장 흐름을 체크하며 주가동향을 지켜보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위기 뒤에 기회가 찾아오는 모습을 숱하게 봐왔던 개인투자자들의 얼굴에서는 지수 급락으로 흥분한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만난 개인투자자 최승재(42)씨는 “지난주에 새로 산 종목이 오늘만 5% 넘게 빠졌다”면서도 “조정을 각오하고 있었던 만큼 당장 손절매에 나설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객장에서 만난 김병식(56)씨는 “2,000포인트를 넘기면서 올렸던 수익률을 지난 일주일 새 다 까먹었지만 아직까진 견딜 만한 수준”이라며 “추가로 조정을 받으면 주식을 더 사야 할 것 같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증권사 지점 직원들도 과거의 주가 폭락 경험과 비교하면 상당히 차분한 하루를 보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유기철 굿모닝신한증권 강남구청역지점장은 “과거 학습효과 때문인지 일부 최근에 가입한 펀드 고객들 정도를 제외하면 별다른 문의전화도 없었다”며 “추가로 매수하려는 고객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매도에 나서는 사람들 역시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임주혁 한화증권 르네상스지점 과장은 “과거 하락 후 반등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상당히 많아 다시 상승하리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어서 그런지 펀드 가입 문의가 오히려 많아졌다”며 “다만 종목 추천 문의 등 직접투자와 관련한 전화는 받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강남 부유층을 주로 상대하는 일부 지점에서는 오히려 바닥 매수기회로 삼으려는 문의가 많았다. 김형상 우리투자증권 골드넛멤버스WMC(도곡동) 센터장은 “앞으로 증시 등락폭이 클 가능성이 있다고 충분히 설명을 했지만 내년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어서 그런지 오히려 폭락 때 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전화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기태 한화증권 반포지점장도 “오늘 같은 날은 오히려 국내나 해외펀드의 꾸준한 매입의사를 문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지난 7월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라는 ‘보이는 악재’에 흔들렸다면 이번엔 미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과 중국 증시 거품논쟁 등 ‘보이지 않는 악재’에 투자심리가 요동쳤다”며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때문에 조정은 비교적 짧게 끝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