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과일 풍년이면 뭐하나… 남는게 없는데

이른 추석·빨라진 겨울 탓에 소비 줄어 과수 농가 한숨만<br>사과·배 등 최대 46% 가격 뚝


사과와 배 등의 풍년에도 불구하고 과수 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태풍 낙과 손실이 크지 않아 우량 과실 출하량이 크게 늘었으나 이른 추석과 빨라진 겨울 탓에 과수 농가 수익과 직결되는 소비는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 급감에 과일 가격마저 크게 떨어지고 있어 과실 농가에서는 “올해 1년 농사 잘하고도 남는 게 없다”는 한숨을 쏟아내고 있다.

29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지난 27일 현재 ‘사과 홍로 (15kg)’ 가격은 지난 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32.4% 가량 크게 내렸다. ‘배 신고(15kg)’과 ‘포도 캠벨(5kg)’ 값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9.5%, 46% 떨어졌다.

특히 사과와 배 등 도매가격은 올 추석을 전후로 크게 추락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12일 6만6,066원이었던 ‘사과 홍로(15kg)’ 가격은 26일 2만5,199원으로 떨어졌다. ‘배 신고(15kg)’도 같은 기간 5만2,838원에서 3만1,340원으로 크게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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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태풍 낙과 피해가 줄어 공급은 늘었지만 전통적으로 과실 소비가 많은 추석이 일찍 찾아온데다 겨울이 빨리 닥치면서 소비자들의 과일 소비가 줄고 있는 탓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 달 들어 28일까지 사과 매출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3.8% 가량 감소했다. 배 매출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7% 줄었다.

여기에 이 기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른바 ‘못난이 과일’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농가의 한숨을 깊게 하는 요인이다. 겉면에 흠집이 나거나 모양이 다소 불균형한 ‘못난이 과일’의 경우 맛은 정상 상품과 큰 차이가 없으나 가격은 최대 50% 가량 저렴해 추석이 끝난 시기 과일 소비 증가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태풍 낙과 피해가 거의 없어 대형 마트들도 매년 시행하던 ‘못난이 과일’ 판촉행사를 열기가 쉽지 않다.

롯데마트 측 관계자는 “2012년의 경우 태풍 ‘볼라벤’, ‘산바’ 등 영향으로 주요 산지의 60% 이상이 낙과 피해를 입어 과일 가격이 크게 올랐으나 올해는 상황이 180도 다르다”며 “2009년 이후 4년 만에 태풍 피해가 없어 사과와 배 출하량이 작년보다 20~30% 가량 늘었고, 태풍 낙과에 따른 이른바 ‘못난이 과일’도 찾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통상 태풍으로 인한 낙과율은 40% 정도. 이는 자연 낙과율(10~15%)보다 3배 가량 높아 태풍 발생은 해당 연도 출하량과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대신 명절 이후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을 농가를 위해 다양한 소비 촉진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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