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학생 성폭행범 '날벼락' 맞았다
성폭행 단죄… 화학적 거세 첫 명령미성년자 5명 범행 30대법원 "약물치료 3년 받아야"3월부터 적용대상 더 늘어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
법원이 미성년자 성폭행범에 대해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명령을 처음으로 내렸다. 이는 최근 여성 특히 아동ㆍ청소년을 노리는 성범죄를 근절하겠다는 사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기영 부장판사)는 3일 미성년자 5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표모(31)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성충동 약물치료 3년, 전자발찌 부착 20년, 신상 정보공개 10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표씨는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다"며 "왜곡된 성의식을 갖고 있고 성욕 과잉인 것으로 보여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표씨는 이전에도 강간치상ㆍ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약물치료가 표씨의 과다한 성적 환상과 충동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약물치료 3년을 명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법무부가 치료감호심의위원회의 결정으로 아동 성폭행범 박모(46)씨에게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내린 사례는 있지만 법원이 판결을 통해 화학적 거세 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커피 바리스타인 표씨는 2011년 11월부터 7개월간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10대 여학생 5명과 여섯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한 뒤 이들의 알몸 사진,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 뿌리겠다며 흉기로 협박해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화학적 거세는 약물을 투여해 성충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아시아에서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를 도입한 것은 우리나라가 최초다. 독일과 덴마크ㆍ스웨덴 등이 약물치료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8개 주에서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약물치료 대상자는 석방 2개월 전에 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고 석방 후에도 주기적으로 약물 치료에 응해야 한다. 약물로는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GnRH Agonist)인 '루크린' 'MPA' 'CPA' 같은 것들이 사용된다.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는 뇌하수체에 작용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성충동이나 환상을 줄이고 발기력을 저하시킨다.
앞으로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을 성 범죄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은 16세 미만 성범죄자에게만 약물치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3월부터는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세자 중 재범 위험이 있는 범죄자'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화학적 거세의 실효성과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인 동의 없이 법원 명령에 의해 강제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치료가 아니라 '처벌'이라고 지적한다. 송동호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본인의 동의가 없다면 치료를 가장한 처벌"이라며 "인권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이나 스웨덴 같이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성범죄자가 약물치료위원회에 약물치료를 신청하면 진단을 거쳐 국가 부담으로 약물치료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