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내려가는 최고고객 기준

유통가 VVIP 문턱 갈수록 낮아져

백화점 연 수천만원 사용해야하지만 소셜커머스는 월 15만원 쓰면 '자격'


# 회사원 최은지(27)씨는 최근 메일함을 열었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올 초부터 틈틈이 이용했던 소셜커머스업체로부터 'VVIP 회원'이 됐다는 안내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백화점 VVIP가 되려면수천만원 이상은 써야 할텐데 생필품과 패션상품 구입만으로 VVIP가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기분도 좋지만 혜택도 다양해 더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등 신생 유통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최우수 고객의 척도인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회원'의 문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VVIP 마케팅을 가장 먼저 도입한 백화점업계는 연간 수천만원의 실적이 VVIP의 조건으로 통한다. 업체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상시 할인과 무료 주차, 전용 라운지 이용, 문화공연 초청 등이 대표적인 혜택이다.


롯데백화점의 VVIP는 'MVG-P(백화점)'과 'LVVIP(에비뉴엘)'로 나뉜다. '가장 귀중한 고객(Most Valuable Guest)'이라는 뜻의 MVG는 3단계 등급으로, 이 중 최고 등급인 'MVG-P'는 연간 6,0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이 대상이다. 명품관인 에비뉴엘은 이보다 많은 1억원 이상을 써야 자격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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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금액이 아닌 순위로 VVIP를 선정한다. 최우수 고객인 '트리니티'는 매년 999명으로 인원을 제한해 상대평가로 운영된다. 구입액이 아닌 상위 999명을 선정하기 때문에 트리니티 회원을 발표하는 연말에는 기존 우수회원들의 문의가 빗발치기 일쑤다.

백화점 VVIP가 연간 수천만원을 써야 하는 것과 달리 오픈마켓에서는 VVIP의 자격이 10분의 1수준으로 낮아진다. G마켓은 최근 3개월 동안 구매 금액과 건수가 각 200만원·30건이 넘으면 최고 등급인 'SVIP' 등급을 부여한다. SVIP 회원에게는 매달 별도의 할인쿠폰과 무료 반품쿠폰이 지급되고 파격가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전용 쇼핑몰도 제공된다.

차세대 유통 서비스로 부상한 소셜커머스는 VVIP의 문턱이 가장 낮다. 작년 9월 업계 최초로 VVIP 제도를 도입한 티몬은 3개월 동안 구매금액이 45만원이 넘으면 'VVIP' 자격을 준다. 매월 15만원만 결제하면 최우수 회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티몬은 VVIP 회원에게는 정기적으로 할인쿠폰을 지급하고 VVIP 전용 상품 및 전용 고객센터를 제공한다.

유통업계가 VVIP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충성 고객이 매출을 견인하기 때문이다. 백화점, 오픈마켓, 소셜커머스로 유통환경이 이동하면서 VVIP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지만 전체 고객의 1~2%에 불과한 VVIP는 꾸준히 전체 매출의 10~20%를 차지한다.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한 VVIP 고객이 시장의 유행을 선도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VVIP 고객이 구입한 상품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 상품으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아 기업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VVIP는 단순히 구매금액이 많은 고객을 의미했지만 최근에는 얼마나 지속적으로 상품을 구입하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VVIP 고객이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잡으면서 경쟁사로부터 VVIP 고객을 뺏어오려는 유치전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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