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초고층 건물과 바벨탑의 저주

“당신들의 기술로 세계 곳곳에 건축한 초고층 빌딩이 왜 당신네 나라에는 없느냐?” 대형 건설 업체의 한 임원은 얼마 전 외국인 사업 파트너가 서울을 둘러본 뒤 던진 이 한마디에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한다. 정작 자기네 나라에 변변한 초고층 빌딩 하나 없으면서 주제넘게 외국에서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무모하게 덤비는 한국 건설 업체들의 의욕을 비웃는다는 생각이 문뜩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건설 업체들은 마천루 경쟁이 치열한 해외에서 초고층 빌딩의 시공능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실제 삼성건설은 지난 2004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지구상 가장 높은 건물로 계획된 ‘버즈두바이(700mㆍ160층)’ 건축 프로젝트를 수주해 내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초고층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에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빌딩으로 들어설 랜드마크빌딩(620mㆍ150층)을 비롯해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건립이 모두 7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초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서는 자연경관 및 문화재 훼손, 교통난, 특혜 시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울 도곡동에 있는 주상복합 타워팰리스(261mㆍ69층)가 보유한 우리나라 최고층 기록이 깨지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초고층 빌딩을 건립하고 싶어도 시공능력이 없어 기술이나 노하우를 수입해야 하는 다른 나라와 대조적이다. 초고층 건물은 한 나라의 건축기술 수준을 나타내는 상징이며 훌륭한 도시 관광자원이자 미래 세대가 누릴 문화유산이다. 또 한정된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마침 지난달 29일 일부 부지의 개발 유보를 조건으로 용산 랜드마크빌딩 건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비록 사업시행자인 한국철도공사가 개발 유보 조건에 반발하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초고층 빌딩 건립을 보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지원할 때가 됐다. 특혜 시비가 우려된다면 공영개발 방식을 채택하고 개발 이익을 적극 환수하면 된다. 교통난 역시 의지만 있다면 풀기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빌딩이 높아지면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현대판 ‘바벨탑의 저주’도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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