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피범벅… 휴지처럼 구겨진 고속버스…

'인천대교 참사' 현장 눈뜨고 못볼 정도로 처참… 8세어린이, 가족4명 모두 잃어<br>마티즈 재빨리 갓길로 뺐거나 가드레일 높이 높았더라면 인명 피해 줄었을 수도<br>생존자 "갑자기 운전사가 '악' 소리지른 후 몸이 붕뜨는 느낌 들었고 정신잃었다"

인천대교에서 버스 추락사고가 발생한 3일 인천대교 사고 현장에서 처참하게 구겨진 버스가 크레인을 이용 수습되고 있다. /인천=김주성기자 poem@hk.co.kr

3일 오후 인천대교와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도로(인천시 중구 운서동 인천대교 톨게이트를 공항 방향으로 500m 가량 지난 지점)에서 발생한 고속버스 추락 사고로 한 어린이가 부모와 형, 여동생을 포함한 가족 모두를 잃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비교적 가벼운 부상을 입은 임모(8)군은 이날 참사로 인해 부모와 형(10), 여동생(4) 등을 모두 잃었다. 현재 임군의 아버지(42) 시신은 인천적십자병원, 어머니(39) 시신은 성인천한방병원, 형과 여동생의 시신은 인하대병원에 각각 안치돼 있다. 임 군의 아버지(경주대 교수)는 해외 동료 교수를 만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출국하려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군의 한 친척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이에게 가족 얘기를 전혀 전하지 않고 있다. 너무나 가엾다"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임군의 아버지는 경주대 컴퓨터미디어공학부 교수다. 마이크로세서와 지능시스템 분야를 담당한 그는 학교에서 촉망받는 젊은 교수로 평가받고 있다. 임군 아버지는 해외 동료 교수를 만나려고 가족과 함께 출국하려다 이 같은 참변을 당했다. ◇ 추가사망자 나올 수도 이날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12명. 하지만 중상자가 6명이나 돼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일부 부상자 가운데 뇌출혈이나 다발성 골절환자 등이 있는 등 정도가 심해 추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급하게 병원에 온 김모(여)씨는 "우리 아이 돌 잔치를 위해 시부모와 시누이, 조카가 올라오다 사고를 당해 시어머니와 조카는 치료를 받고 있고 시아버지는 돌아가셨다는데 시누이 소식을 알수 없다"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잠시 후 그는 병원으로부터 '시누이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어떡하면 좋으냐"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 가드레일 높이 더 높았더라면… 이날 사고는 고속버스가 고장 나 멈춰 서 있던 마티즈 승용차와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1t 화물트럭이 1차 사고를 내자 이들 차량을 급히 피하려다 발생했다. 마티즈 운전자는 당시 비상등을 켜 놓고 고속도로 갓길에서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사고 처리를 요청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속버스 앞을 달리던 화물트럭은 도로 한가운데에 서 있는 마티즈를 피하려다 마티즈를 왼쪽 뒤편을 충돌하고 1차로로 방향을 바꿔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멈춰선 상태였다. 따라서 고장 난 마티즈를 재빨리 갓길로 뺐더라면 이 같은 참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마티즈를 피해 3차로로 핸들을 꺾은 고속버스 운전기사는 83㎝ 높이의 철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4.5m 아래로 구르면서 지하차도 공사현장으로 뒤집힌 채 떨어졌다. 이 가드레일 높이가 더 높거나 철제가 아닌 시멘트로 만들어졌더라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도로 위에 스키드마크가 100m나… 사고 직후 고속버스는 뒤집힌 채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하게 부서졌다. 버스 주변에는 사망자와 부상자들의 피가 마침 내리던 빗물과 범벅이 돼 흥건히 고여 있었다. 차체에서 떨어져 나온 각종 차량 부속품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도로 위에는 버스가 급제동하면서 남긴 스키드마크(타이어 마모자국)가 100m 가량 나 있어 사고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짐작케 했다. ◇생존자들에게 당시 상황 물으니 사고 직후 인하대병원으로 옮겨진 박모(28·대학원생)씨는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4일 언론 인터뷰에서 "갑자기 운전사가 '악' 소리를 질러 앞을 봤더니 흰색 승용차가 멈춰 서 있고 운전사가 핸들을 오른쪽으로 급히 틀었다.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고 잠깐 정신을 잃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신을 차려보니 알 수 없는 액체가 몸 위로 떨어져 물 속인 줄 알았다"라며 "차에서 새어나온 기름이었지만 일단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사람들 대부분이 버스 안에 갇힌 채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고 위쪽 도로에서 응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일가족 4명 가운데 손자(5)와 함께 단 둘이 살아남은 김모(57·여)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버스의 통로 오른쪽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앞쪽에서 사람들이 '어이' '어이' 하는 소리가 들린 뒤 버스가 바로 '쾅'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면서 "정신을 차려보니 상반신은 버스 밖으로 나와 있고 하반신은 버스 천장이 누르고 있었다. 구조대가 버스 천장을 조금만 빨리 들어 올렸어도 추가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하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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