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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리스 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잠재적 뇌관으로 다시 주목되고 있지만 지난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만큼 심각한 후폭풍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년여 전 그리스와 함께 재정 취약성 문제가 부각됐던 주변국들의 체력이 강해진데다 그리스가 이른바 '그렉시트(Greece+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불안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애머스트피어폰트증권의 로버트 신치 글로벌 스트래티지스트는 30일 미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11년 유럽 전체를 압박하던 그리스 문제는 이제 지역 이슈일 뿐"이라며 대통령 선출 실패로 촉발된 그리스 문제가 "몇년 전처럼 전면적 경제위기로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스 의회는 전날 대통령 선출을 위한 최종 투표에서 상징적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추대하는 데 끝내 실패했다. 이로써 현 의회는 해산됐으며 그리스는 내년 1월25일 다시 총선을 치러 새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현재 지지율로 보면 제1야당인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집권 가능성이 높다. 시리자는 2,400억유로 상당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있는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 대외채권단의 긴축 프로그램에 반대하며 집권시 채무의 50%를 탕감받는 재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유로존 탈퇴도 불사할 수 있다고 시리자는 강조해왔다. 이른바 그렉시트 우려 재점화로 2011년과 같은 유럽 재정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우려와 달리 그리스의 정정불안 이슈는 그리스 시장 너머에까지 영향을 주지 못했다. 2011년 당시 그리스와 함께 재정부실 국가로 분류됐던 '피그스(PIIGS)', 즉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스페인의 국채 10년 수익률은 이날 오히려 소폭 하락하거나 미미한 수준으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 흐름을 보인다. 유럽 증시도 독일·프랑스·영국 등 대다수 국가에서 상승 마감했다.
2011년 위기의 경험에 따른 학습효과 덕분에 시장이 준비해왔다는 점, 재정취약국들의 경제 펀더멘털이 당시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는 점 등이 지난 재정위기 때와는 다른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있다. 재정위기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3.5~12.6%에 달하던 피그스 국가의 재정적자 비율은 올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그리스를 제외하면 1~2%대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여기에 내년 1월 총선에서 시리자가 집권에 성공해도 현재의 강경 모드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신치 스트래티지스트는 "시리자 측은 (자신의 주장을 현실화할 경우) 국가경제가 붕괴되면서 자신들의 정치생명도 파멸을 맞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사태를 벼랑 끝으로 몰아 더 나은 조건의 협상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이번 그리스 사태로 유럽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ECB가 내년 1월2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미국식 양적완화(QE), 즉 회원국 채권 구매 프로그램을 전격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실제 총선 결과 및 향후 정부 구성과 관련한 불확실성, 트로이카 채권단과의 줄다리기 등으로 그리스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당분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바클레이스는 보고서에서 "총선 결과 (시리자가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연립정부 구성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시장 불안정성은 더욱 높아지고 그 기간도 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다득표 정당에 50석의 추가 의석을 배정하는 그리스 정치제도에서 의회 과반을 확보하려면 35%가량을 득표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시리자의 지지율은 이에 못 미치는 27%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