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Hot 이슈] 점입가경 삼성-엘리엇 공방전… 남은 변수는?

엘리엇 지분 추가 매입 관심… 7월 초 'ISS 보고서' 최대 변수로



19일 주총금지 가처분 관련 첫 심문기일 앞두고

엘리엇 '경영권 흔들기' 염두 지분 매입 카드 꺼낼 듯


내달 17일 주총선 표대결 대비 우호세력 결집 전망

ISS 분석 결과가 외인 주주에 결정적 영향 미쳐

삼성물산 고위급 임원, 직접 본사 찾아가 설명 검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의 공방전이 이번주 다시 한번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이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주주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기일이 오는 19일 예정돼 있고 엘리엇이 주중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 매입하고 나설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달 17일 열리는 주총에서 표 대결이 이뤄질 경우에 대비한 양측의 우호세력 결집 공방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엇 제2의 카드 꺼내나=재계에서는 엘리엇이 '깜짝' 카드를 꺼내 들어 삼성물산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을 지렛대로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동시에 삼성전자 지분도 4.1% 보유한 핵심 회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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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이 다음달 주총에서 패배하더라도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을 3.0% 넘게 보유하면 주총 소집을 청구하거나 이사해임을 건의하는 등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엘리엇의 삼성물산 지분은 7.12%인데 이를 10.4% 이상까지 끌어올리면 통합 삼성물산에 대해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하면 공시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삼성물산 대신 제일모직 주식을 야금야금 확보하다가 특정 시점에 이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이 가장 긴장하는 시나리오도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일모직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4월 말 2.6%에서 최근 3.4%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엘리엇이 포함돼 있다면 엘리엇이 이미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삼성과의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더불어 엘리엇이 공정거래법상 '신규 순환출자 금지' 조항을 내세워 삼성 측을 공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주총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문기일에서 이를 보강 논리로 내세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엘리엇은 지난달 27일 합병안에 대해 처음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내면서 "공정거래법에 위반하는 상호출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은 이와 관련해 11일 합병계획 정정신고를 공시하면서 "엘리엇 등이 국내외 법원에 법적 조치를 취하면 그 결과에 따라 합병일정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 인수합병(M&A)에 따른 순환출자는 6개월 내에 해소하면 문제 삼지 않는다는 조항이 이미 관련법에 마련돼 있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삼성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를 오히려 단순화하는 효과가 있어 이로 인해 법적 분쟁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ISS 결정 최대 변수= 물론 이 같은 전망은 예측일 뿐 현시점에서는 주총장에서 이뤄질 표 대결이 최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의결권 자문에 응하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의 판단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자회사인 ISS는 세계 주요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조언하는 곳으로 삼성물산의 외국인 주주(33.61%·12일 기준)에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ISS는 일반적인 주총에 대해서는 개별 기업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깐깐한 곳이지만 이번에는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몰려 있어 의견을 듣고 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라며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또는 그에 준하는 고위급 임원이 ISS 본사를 방문해 이번 건에 대해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SS가 삼성 편을 들지는 않더라도 최대한 중립적인 방향의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게 삼성의 목표다. ISS는 다음달 초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삼성물산 역시 다음달 2일까지는 이사회를 열어 주총 안건을 확정 지어야 하기 때문에 시기가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삼성물산 지분 9.92%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의 선택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어 공식 입장을 확정하는 것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민감한 사항이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커 합병 반대 의견을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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