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제경제 편입 「러」금융시장/자생력제고 정책선행돼야(해외통신원)

◎지난달말 금융위기 자구책 힘입어 넘겨/향후 전망 엇갈려 문제점 해결 과감히지난 10월말 국제금융시장이 위기를 맞았을 때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의 정착과 경제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경제마피아들의 비합법적 활동까지도 묵인했던 옐친정부와 러시아 금융계는 이번 세계금융위기의 파장이 러시아에서는 최소화되기를 기대했다. 러시아 주요 언론매체들도 당일 뉴욕증시 동향만 보도하고 러시아증시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 금융당국에 적극 협조했다. 그러나 장외시장에서 일부 러시아기업의 주가는 20∼30%씩 하락했고, 10월 28일에는 개장초에 이미 주가가 예상치보다 2배 이상 폭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과 재무부는 대책 거듭한 끝에 이날 하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4억달러를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책에 힘입어 모스크바 증시의 주가는 회복세를 보여 10월31일에는 16%나 껑충 뛰었으며 이후 비교적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또 지난 10일 3년간 루블화변동폭을 제한하고 이에 대한 손익을 정부와 중앙은행이 책임진다는 내용의 루블화안정조치를 발표했다. 환율의 안정이 금융시장은 물론 러시아 경제의 안정에 긴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금융시장의 취약성이 이번 위기로 확인됐기 때문에 환율부터 제대로 잡자는 조치였다. 러시아 정부와 경제관계자들은 이번 금융위기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이후 처음 겪는 자본주의형 금융위기인데다 국제경제체제에 편입됐음을 단단히 실감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전문가들은 러시아적 특수성을 전제로 깔면서 향후 전망에 대해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장경제로 전환한 이후 난관 속에서도 꾸준히 발전해온 러시아 경제가 국제금융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데는 동의하고 있지만 그 원인과 대응 방법 및 전망등에서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선 부정적으로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러시아의 금융시장이 자생력을 키우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있다. 특히 러시아 경제의 비합리화적인 요소와 독과점적인 경제구조의 위험성이 지적되고있다. 일부 독점화된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정치권밀착, 기반이 허약한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여지가 러시아증시에 상존하고 있다는 것. 금융시장의 안정적 발전을 유도하려면 소규모 투자자들을 육성해야되나 정책적인 뒷받침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분석이다. 반면에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증시위기가 현 단계의 러시아 금융체계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계기가 됐고 대규모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사이, 소규모 투자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러시아 금융시장의 특수성과 경제발전 가능성을 들어 금융시장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바딤 벨르 러시아 중앙은행 대변인은 대부분의 러시아 기업 주식들이 현실 가격보다 과소평가 되어 있어 투기가 아니라 투자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엄청난 천연자원을 보유한데다 중화학공업과 우주항공산업등의 첨단기술 수준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경우 금융시장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하지만 이같은 장미빛 전망과 최근 러시아정부가 취한 금융시장안정화조치등은 러시아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 해결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조치들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러시아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과감하게 해결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비합리적이고 독점적인 요소등 러시아 경제 발전의 장애물을 제거, 금융시장의 자생력을 높이는 후속 경제정책이 나와야된다고 지적하고있다.<이용권 모스크바역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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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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