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윤성규 환경부 장관

■ 악의 있을때만 유해물질 과징금… 기업 큰 부담 없을 것



5%는 상한선… 고의·중과실 여부 종합 고려해 결정
지역별 환경 사고 대응 화학물질안전원 설립 검토
쓰레기 발생 줄이기 위해 매립·소각부담금제 추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하려면 국민도 고통 분담을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최대 과징금 5%는 말 그대로 상한선입니다. 만일 과징금이 부과되더라도 기업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감면 받을 수 있습니다. 책임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기업 문을 닫게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얼마 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자 윤성규(57ㆍ사진) 환경부 장관은 "기업경영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과도한 과징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는 유해화학물질을 배출한 기업에 사업장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9월 구미 불산 누출사고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연이어 터져 나온 유해화학물질 사고에 대한 극약처방이었지만 과도한 과징금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윤 장관은 서울 광화문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화학물질 누출사고는 한번 일어나면 순식간에 대기 중으로 확산돼 돌이키기 어렵다"며 "과징금제도는 기업이 화학물질 누출사고를 막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5% 과징금이 많다고들 이야기하지만 공정거래법에는 10%까지 물릴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이게 문제가 된 경우는 없다"며 "상한치만 가지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화학물질 배출사고를 막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고의나 중과실ㆍ개선명령의 의도적 불이행, 반복적 사고 등 악의가 있는 경우에만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실제 부과할 때도 위반횟수와 사업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성에 비례하는 정도를 물리지 터무니 없는 정도의 과징금을 부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화학가스 사고는 예방이 상책"이라며 "이중삼중의 안전시설을 마련해 후진적인 가스 누출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가스 누출사고를 막기 위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개정하면서 장외영향평가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이는 화학물질을 다루는 시설에 대해 설계할 때부터 화학물질이 새나가거나 폭발할 경우 사업장 외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탱크가 폭발했을 때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미리 분석하고 피해범위가 넓을 경우 탱크를 여러 개로 쪼개거나 밀폐공간에 집어넣도록 하는 식이다.

그러나 어떤 제도와 시설도 사고를 100% 막을 수는 없다.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일어났을 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누출물질의 특성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다.

지난 17일(현지시간) 18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미국 텍사스주 비료공장 폭발사고는 유해물질 방재 전문가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당시 공장에서 생산하는 비료의 원료인 '무수암모니아'가 물에 닿으면 폭발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소방당국의 진화가 이뤄져 단순화재가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이 같은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환경부는 노후공단 등에 환경사고에 바로 대처할 수 있는 전문기관인 '화학물질안전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전원은 화학사고 수습에서부터 복구까지 전문지식을 가진 전문가를 지역에 배치해 소방서나 경찰ㆍ지자체의 대응을 지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윤 장관은 "안전원에서 커버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해당 지역 대학의 화학 관련 교수들로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자체나 소방당국에 자문을 하도록 해 사고 초기부터 적극 대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는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에너지화해 선순환하는 것을 답으로 제시했다. 윤 장관은 "쓰레기를 매립하게 되면 침출수나 유해가스가 발생하면서 지하수와 대기를 오염시키기 때문에 매립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매립부담금제나 소각부담금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는 "쓰레기를 재활용하지 않고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것은 매립ㆍ소각비용이 싸기 때문"이라며 "이 비용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재활용 쪽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지속가능국가추진단 단장을 맡았던 윤 장관은 "에너지 등 각종 자원을 수입에 의지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수출국에서 감기를 앓으면 독감으로 몸져누워야 한다"며 "지금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시대를 살아갈 후손들에게 이처럼 취약한 사회구조를 그대로 넘겨주면 사회를 번영시킬 토대를 만들기가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환경 분야의 국제적 현안인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질문에 윤 장관은 "오는 2015년부터 배출량이 꺾이지 않는다면 2020년에 우리가 줄여야 할 온실가스는 더욱 늘어난다"며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기업이나 국민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기조는 지난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2009년 우리나라는 2020년 온실가스배출전망치(BAU) 대비 배출량을 30%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되레 늘고 있다. 2월 정부가 발표한 2010년 온실가스 증가율은 전년 대비 9.8%로 1993년(12.2%)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결국 환경부는 4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다시 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미사일은 계산된 궤도를 따를 때 목표물을 적중시킬 수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재산정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감축은 환경부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여러 부처가 힘을 합쳐야 되는 일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초 발표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1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문제가 됐다.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85.3%가 에너지 부문에서 나오고 에너지 부문의 44.5%를 발전 부문이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화력발전소 신설 등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장관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재산정하고 감축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조정될 것"이라며 "감축량이 정해진 상태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일종의 기회비용이므로 시장원리를 통해 목표가 달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경부는 주요 에너지 관련 국가계획을 전략환경평가 대상에 포함해 계획단계부터 환경영향 및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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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3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립계획을 보고했으며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관계부처 합동 전문가 공동작업반을 구성해 운영을 앞두고 있다. 최종적인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올해 말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의 관심이 다소 줄어들었다는 지적에 윤 장관은 "유럽경제가 비틀거리면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덩달아 배출권 가격이 폭락했다"며 "유럽경제가 회복되면 배출권 거래는 다시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나중에 그런 파도가 밀려올 때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대비해나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인터뷰 내내 이어진 다양한 환경현안 질문에 윤 장관은 머릿속에 이미 그려놓은 설계도를 설명하듯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환경청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환경부에서 일해온 베테랑답게 그의 답변은 수치와 구체적인 사례로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보다는 선배들이 더 좋아하는 인물이라는 평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윤 장관은 "실무자 선에서 구멍이 나면 모두 뚫린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충실하다 보니 그런 평가를 받게 된 것 같다"며 웃었다.

He is… ▲ 1956년 충북 충주 ▲ 1976년 충주공업전문학교 졸업 ▲ 1979년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 ▲ 1990년 독일 클라우스탈공과대 석사 ▲ 2002년 환경부 환경정책국장 ▲ 2005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장 ▲ 2008년 기상청 차장 ▲ 2009년 '폐자원에너지화ㆍNon-CO2 온실가스 사업단' 단장

환경기업 육성·해외진출 지원… 창조경제 힘 보탠다



"환경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창조경제를 실현할 방안으로 환경기업 육성을 꼽았다.

지난해 기준 세계 환경시장은 8,990억달러 규모로 오는 2017년이면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시아를 비롯한 중남미 등 신흥국가들은 연평균 9% 안팎의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발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내 환경기업들은 여전히 영세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환경부 조사 결과 우리나라 환경기업의 평균 종업원 수는 6.3명, 평균 매출액은 16억4,000만원에 그쳤다.

윤 장관은 "국내외 환경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환경기업 가운데 90% 이상이 중소규모"라며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해외시장 개척이나 환경 프로젝트 수주활동 지원금액을 13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우수 중소 환경기업을 수출형 강소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그린엑스포트(Green Export)100'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 기술진단부터 해외시장 분석, 해외현지 기술검증과 마케팅까지 전과정을 지원받을 수 있다.

우수한 기술을 가진 환경기업이 과감하게 사업화를 할 수 있도록 환경산업정책 융자금을 올해 1,350억원에서 2017년 3,000억원 수준으로 늘리고 우수 환경기업 사업 지원금도 올해 34억원 지원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지난해 18만개에 그친 환경 분야 일자리를 2017년 25만개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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