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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김도현 삼성증권 주식전략팀 연구위원


국내 주식 시장에서 시장을 논하는 시황 담당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전일 미국 시장의 움직임'이던 시절이 있었다. 미국 시장이 한 번 의미 있게 움직이면 거의 예외 없이 외국인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 지수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011년 이후 3년 동안이나 코스피는 미국 시장의 랠리를 보면서도 거의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동력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그 설명도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모처럼 중국 주식 시장이 폭발적 랠리를 보여주고 있지만 코스피의 눈에 띄는 움직임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3·4분기 이후 바닥부터 따지면 상하이종합지수가 2,000에서 3,000까지 50% 상승하고 있다. 상당히 글로벌화된 시장인 홍콩의 H Share지수마저 바닥이 1만인데 1만2,000부근까지 올라 약 2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000선에서 1,900선으로 밀려났다. 국내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민망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글로벌 시장 움직임에 대한 코스피의 반응은 둔감해지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현상이기도 하다. 즉 일부 국가들의 경기가 호전되고 성장동력이 부각된다고 해서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자동적으로 좋아지는 구도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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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 국내 기업들이 분명 수혜를 보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2014년 상반기에는 중국 정부가 제한적이나마 경기부양을 위한 투자를 집행했음에도 코스피에 상장된 주요 기업들의 실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강력한 내수 기반을 배경으로 한 중국 기업들의 성장이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뿐이다.

예전에는 '세계 경기가 좋아진다' 혹은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쓴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관련된 국내 테마 종목들을 매수하며 대응해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미국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서 자동차 업종이 반드시 상승하는 국면도 아니고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쓴다고 해서 유화 및 철강 업종이 급등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는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해외 경제의 성장을 충분히 향유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에 투자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라는 얘기다. 중국의 소비 시장과 금융 시장의 성장을 예상한다면 중국에 투자해야 하고, 미국의 크라우드컴퓨팅 산업의 성장을 본다면 미국 기업들에 투자하고, 원자재가격 상승을 점친다면 해당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야 하는 시절이 도래한 것이다. 괜히 엉뚱한 '국내 관련 종목'을 찾기보다는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는 방법이 장기적으로 좀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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