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첫날부터 팽팽한 기싸움

中 "상대 선택 존중해야" 美 "주변국과 평화 유지"<br>시진핑 기조연설 신형대국관계 7번 언급<br>케리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은 환영" 강조<br>위안화 절상ㆍAIIB 설립문제 등 놓고 이견

미국과 중국의 안보·경제 분야 고위인사들이 참석한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9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가운데 양국은 처음부터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특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신형대국 관계 구축'을, 미국은 중국이 역내국가들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뜻으로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을 강조했다. 양국은 최근 사이버안보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 등에서 드러난 갈등을 의식한 듯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양자 간 투자협정(BIT)에서만 진전이 예상될 뿐 위안화 환율, 영유권 등의 현안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개막식에 전략경제대화 창설 이후 처음으로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기조연설에서 "중국과 미국은 서로의 주권과 영유권, 상대가 선택한 발전의 길을 존중해야 한다"며 "미중 양국이 각각 자신의 의지나 방식을 상대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국이 서로 국가 형태가 다르니 갈등은 있게 마련"이라면서 "국가 문제에서도 서로 균형을 맞춘 새로운 연합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신형 대국관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이 핵심 이익이 걸린 사안에서 미국에 선선히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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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여러 현안에 대한 양국 간 이견은 큰 문제가 아니라면서도 중국에 주변국과의 평화적 관계를 주문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양국이 항상 견해가 일치하진 않겠지만 차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협력적 관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이날 개막연설에서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최근 남중국해 분쟁 등을 겨냥한 듯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중국의 부상을 환영하며 이는 지역안정과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변국과의 평화적 관계를 주문했다.

이날 이틀간의 일정으로 막을 올린 회의에 미국 측은 케리 장관을 비롯해 제이컵 루 재무장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마이클 프로먼 무역대표부 대표 등이 참석했다. 중국 측 대표로는 왕양 부총리를 위시해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등이 나왔다. 이들은 이번 회의에서 무역협력·금융협력 등 경제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회의 전망은 밝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핵심 이익 분야에서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시 주석이 각종 의사결정 과정마다 '원맨 리더십'을 유지하는 실정에서 미국 대표단은 협상이 진전되는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진전이 예상되는 부분은 지난해 중국이 협상 시작에 동의했던 양자 간 투자협정(BIT)이다.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7일 "중국인 투자자가 미국에 투자할 때 국가안보 문제와 관련된 승인을 거쳐야 하는 등 양국 간 해외투자의 장애물을 폐지하기 위한 논의를 곧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AIIB 설립 문제,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나 위안화 절상 등에 대해서는 양보 없는 논쟁이 오갈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미국은 위안화 문제도 다시 한번 테이블에 올려보겠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이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중국군 5명을 기소하는 등 악화된 사이버안보 분야의 논쟁은 아예 진지한 논의도 없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기소 이후 양국 간 해당 분야 실무그룹 논의도 중단한 상태다. AP통신은 "미국 측은 이날 양국 간 사이버안보 분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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