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국민연금 운용 해법없나

자금시장 왜곡없는 투자처 모색 시급<br>국채 싹쓸이 투자로 금융시장 혼란등 부작용 커<br>"SOC투자 확대등 통해 자금운용 효율화 꾀해야"

[심층진단] 국민연금 운용 해법없나 자금시장 왜곡없는 투자처 모색 시급국채 싹쓸이 투자로 금융시장 혼란등 부작용 커"SOC투자 확대등 통해 자금운용 효율화 꾀해야" • 정부 "BTL방식 통해 민자·연기금 유치" • 정치권, 연기금 투자확대 놓고 힘겨루기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경기회복을 위한 한국형 뉴딜투자에 연기금 자금을 동원하자는 정부여당에 야당은 사회보장의 최후의 보루인 연금을 쌈짓돈처럼 쓸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논란은 단순하게 정쟁 차원에 머물 게 아니다. 연기금, 특히 국민연금의 규모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이다. 오는 2035년이면 적립액이 680조원에 달한다. 1,71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금의 국민총생산보다 3배 이상 큰 규모다. 국민연금의 제도변경과 자금 운용에 경제운용이 좌우되는 날도 머지 않았다.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본다. 국민연금은 지금 이 시간에도 늘어만 간다. 매월 순증되는 적립액만도 1조8,000억원.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장사를 잘해서가 아니라 내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타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기하학적으로 증가하게 돼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당장은 늘어나지만 인구구조의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인구 비중이 높아지면 연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것. 지금 추이대로라면 적립금은 2047년에는 완전 고갈된다. 이후는 전액 국민부담이다. 수입과 지급이 역전될 2037년 이후 2050년까지 불과 13년간 지금 어린아이들이 부담해야 할 국민연금 누적적자는 600조원에 달한다. 연금 수급구조 개선, 즉 더 많이 내고 덜 받아가도록 제도를 바꾸자는 논의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앞으로 국민연금의 시장영향력이 한국은행을 훨씬 능가하게 될 것”이라며 “그럴 경우 국민연금의 자금운용도 문제지만 한국금융시장 전체에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의 문제는 늘어나는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있다. 국민의 노후보장 자금이라는 점에서 안정성이 높은 국채에 투자되고 있지만 규모가 워낙 방대해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민연금이 국채를 싹쓸이하는 통에 시장과 금리가 왜곡되고 국채를 구하지 못한 다른 기관들은 이자가 낮은 해외채권에 발을 돌리는 것도 투자대상이 없는 탓이다. 아직도 돈 써야 할 곳이 많은 반면 가용재원은 부족한 현실에서 국민연금은 자금 흐름의 왜곡과 배분기능의 상실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연금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흘러갈 경우 국민연금이 보유한 채권의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국가 채무는 뭉텅이로 늘어나게 된다. 상환을 위해 다시 국채를 발행하는 악순환구조에 빠지는 것이다. 연금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문제가 아니지만 지급이 수입보다 많아지는 시기에는 시장에 절대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자금시장 공황 상태가 우려된다. 본격적인 지급시기에서는 주식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급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주식을 한없이 내다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못 속의 고래’ 국민연금의 존재는 당장은 구원군 같지만 미래에는 골칫덩이다. 결국 이래도 저래도 문제다. 어떤 경우라도 후대의 부담 증가와 금융시장의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수급구조 개선과 자금운용의 효율화가 그 것이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강구되고 있는 것도 일단 투자되면 날리는 돈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현물자산으로 남는다는 이유에서다. 이태성 기획예산처 연금보험기금과장은 “최근 연기금 활용에 대한 일부의 오해 때문에 쌓여 있는 자금의 효율적인 이용마저 차단당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결국 국민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므로 적정한 수익률을 보장해주면서 기금운용을 엄격하게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열 기자 mykim@sed.co.kr 입력시간 : 2004-11-1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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