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민중시 대내외 과시용이라지만… 체제불만 역풍 불수도

■ 北 아파트 붕괴 이례적 공개사과

"金 =민심 살피는 지도자" 선전… 세월호 참사와 은연중 차별화

北, 의도적 보도 방식 지속땐 민심·사회내부 분열 가능성

북한이 18일 평양의 한 고층 아파트 공사장이 붕괴돼 적잖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대형 사고를 이례적으로 공개 보도했다. 북한이 폐쇄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데다 주민에 대한 사과 수위도 매우 높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정부의 무능으로 몰며 박근혜 대통령을 거세게 비난한 바 있는 북한당국이 주민 불만을 조기 수습하면서 세월호 사고와 비교해 체제 안정을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평양시 평천구역 건설장에서 지난 13일 살림집(주택) 시공을 되는 대로 하고 그에 대한 감독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꾼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 인명피해가 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 발생 경위와 인명피해 규모 등은 전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평천구역에서 92세대가 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23층 아파트가 붕괴됐다"며 "북한은 건물 완공 전에도 입주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상당한 인원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4면에 사고 소식과 함께 한 간부가 주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사진을 실었다. 대내용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도 주민들에게 사고 소식을 알렸다. 북측은 이번 사고의 생존자 구조와 부상자 치료를 위해 국가적인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하는 한편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을 비롯해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장 등이 사과하고 사고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과 평천구역 주민을 만나 위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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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들이 일제히 사고 소식과 책임자들의 사과 발언을 구체적으로 전한 것은 사고의 중대성을 감안해 주민들의 불만과 불안감을 조기에 잠재우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북한이 대형 사고나 정책 실패를 보도한 사례도 별로 없지만 사과까지 덧붙인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북측은 2004년 4월 룡천역 폭발사고로 15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지만 사과 등이 담기지는 않았다.

북측은 이번 사고를 정면돌파해 김정은 체제가 '인민 중시'를 내세우고 있는 점을 강조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민심을 세심하게 살피는 지도자라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수길 평양시당 책임비서는 중앙통신에 "원수님(김정은)께서 이번 사고에 대해 보고 받으시고 너무도 가슴이 아프시여 밤을 지새우셨고 고위간부들에게 만사를 제쳐놓고 현장에 나가 구조작업을 지휘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북측이 한국의 세월호 참사를 수차례 공개 보도한 바 있어 이번 사고와 세월호 사고를 은연중 비교, 사고 수습과 민심 다독이기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의도적인 보도가 오히려 북한 사회의 변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 체제와 이전 체제의 두드러진 차이 중 하나는 안 좋은 것도 보도하는 것"이라며 "로켓 발사 실패 등이 한 예"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김정은 체제의 독자적인 방식이 오히려 북한 인민의 체제 불만을 키워 북한사회 내부 균열을 일으키면서 통일이 앞당겨지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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