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염구가 공자에게 물었다.
염구는 매사에 신중하고 소심했다.
“의로운 일을 들으면 바로 실천해야 합니까?”
“바로 실천해야 한다.” 공자의 대답은 간결했다.
또 다른 제자 자로가 같은 질문을 했다. 자로는 성급하고 다혈질이었다.
“의로운 일을 들으면 바로 실천해야 합니까?”
“아버지와 형이 있는데 들은 것을 어찌 바로 실천하겠느냐?”
공자가 짧게 답했다. 이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제자들이 공자에게 따져 물었다.
“어찌 똑같은 질문에 다른 대답을 하십니까?”
“염구는 머뭇거리는 성격이어서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준 것이다. 반대로 자로는 지나치게 용감하기 때문에 제지시킨 것이다.”
공자는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는 대화를 하면서 해결 방안을 찾았던 것이다.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와대 정무수석 자리가 두 달 이상 공석이다. 지난 6월 3일 이정현 정무수석이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재풀이 그렇게도 없는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터져 나온다.
박 대통령이 하루를 멀다 하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여의도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여야가 민생은 내팽개친 채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의혹 등을 놓고 ‘너 죽고 나 살자’식 이전투구를 하는 상황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할 정무수석 자리를 장기간 방치해 놓는 것은 그다지 보기에 좋지 않다.
급기야 민주당은 집(국회)을 뛰쳐나갔다. 뒤틀리고 비틀어진 여야간 입장 차이는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합쳐질 수 없는 듯 보인다. 청와대 정무수석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인 만큼 박 대통령은 하루 빨리 적임자를 찾아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공자가 염구와 자로의 성격을 간파해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한 것처럼, 정무수석은 여당과 야당의 상이한 입장을 듣고 절충점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여야 지도부를 만나 허심탄회하게 상대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듣고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설득도 해야 한다. 국민은 청와대의 소통과 타협 능력을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다./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