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0월 7일] 한·EU FTA에 거는 기대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2007년 5월 이래 총 8차례의 공식 협상을 거쳐 6일 정식 서명됐다. 양측은 내년 7월1일 한ㆍEU FTA를 잠정 발효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비준에 난항을 겪고 있는 한ㆍ미 FTA에 앞서 효력이 발생되는 선진 거대경제권과의 첫 번째 FTA로 역사에 기록되게 됐다. 車·영상기기·섬유 수출에 탄력 우리 정부는 2003년 'FTA 추진 로드맵'을 마련한 이후 동시다발적 FTA 전략을 적극 추진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현재 칠레ㆍ싱가포르 등 총 15개국과 4건의 FTA가 발효된 상태며 이 외에도 총 9건의 FTA 협상이 기 타결되었거나 진행 중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총 교역 중 FTA 특혜무역 비중은 여전히 10% 초반 대에 불과하다. 전세계 특혜무역의 비중이 50% 수준일 것을 감안해 볼 때 우리나라는 이 같은 FTA 체결 혜택에 상대적으로 적게 노출된 국가라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한ㆍEU FTA는 그 의의가 적지 않다. 우선 EU는 전세계 교역량 중 14.4%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교역지대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EU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기도 하다. 향후 한ㆍEU FTA 발효를 기점으로 기 타결된 미국 등과의 FTA가 발효된다면 우리나라의 특혜무역 비중은 약 30% 중반 대까지 확대된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총 44개국과 7건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는 것인데 이는 체결국가 수 기준으로 세계 5위에 해당한다. 한ㆍEU FTA는 여러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U와 우리나라는 산업구조의 상호보완성이 높다는 점에서 FTA 체결의 경제적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U(4.2%)는 미국(3.6%)보다 평균관세율이 높고 특히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TV와 같은 영상기기, 섬유, 신발 등의 관세율이 높기 때문에 FTA 체결을 통한 관세 철폐는 해당 업계에 상당한 규모의 가시적인 혜택을 발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교역 측면뿐만 아니라 투자 측면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2009년 말 현재 EU는 누적액 기준으로 우리나라 외국인 직접투자액의 35.2%를 차지하는데 이는 미국(26.0%), 일본(14.9%)보다 대폭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한ㆍEU FTA는 최근 정체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을 확대하는 중요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한ㆍEU FTA는 우리나라의 서비스 부문을 선진화시키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환산한 우리나라 근로자 1인당 부가가치창출액은 2007년 기준으로 3만9,000달러 수준인데 이는 OECD 평균의 3분의2 수준에 미치지 못할 뿐 만 아니라 심지어 사회주의 체제전환국들인 체코ㆍ슬로바키아ㆍ폴란드 등에 비해서도 낮은 실정이다. 이번 한ㆍEU FTA는 국내 서비스업의 경쟁 촉진 및 효율성 제고의 주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상에서 제시한 한ㆍEU FTA의 효과가 효과적으로 시현되기 위해 국내적으로 철저한 사전 준비 및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FTA를 기업 경쟁력 제고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정보 제공 및 인식 확산이 필수적이다. 그간 여러 FTA의 체결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의 상당수가 FTA 관련 원산지 규정이나 특혜관세율 적용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늘어 아울러 국내 제도나 관행을 FTA 및 개방화의 추세에 맞게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ㆍEU FTA의 기대효과는 FTA 발효와 동시에 자동적으로 달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이에 동반한 국내의 지속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스위스에서 매년 발행되는 국제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외국기업들이 보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개방도나 개방적 경제관행은 비교대상국 중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즉 우리의 제도나 관행이 이와 같이 폐쇄적인 상태에 머무를 경우 아무리 잠재력이 높은 FTA를 체결하더라도 그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편익은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항상 염두 해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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