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도 넘은 국회의 예산 끼워넣기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지역구 챙기기용 예산 끼워넣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국민의 눈총을 사고 있다. 예산구조를 왜곡시키는 끼워넣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도를 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상임위원회가 진행하는 예비심사는 예산안 심의라기보다 여야 할 것 없이 선심성 끼워넣기 경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놓고 극한대치를 벌이면서도 예산 끼워넣기에는 여야가 한통속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산안 심의를 마친 국토해양위원회의 경우 소관 분야 예산안 규모를 원안보다 3조5,000억원이나 증액해 의결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소속 여야 의원들이 지역구 사업을 위한 추가 예산을 끼워넣은 결과다. 국토해양위가 증액한 예산 가운데 절반 정도가 100여개 지방 도로공사를 위한 것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힘있는 의원들일수록 지역구 민원을 내세워 관련예산을 크게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상임위도 사정은 비슷하다. 보건복지위ㆍ환경노동위 등의 증액규모도 당초 정부안에 비해 2조4,000억원이나 늘었다. 기초노령연금은 5,876억원, 보육예산은 1,775억원이나 증액됐다. 복지 포퓰리즘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국민의 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책정한 예산을 깎지는 못할망정 흥청망청 나눠먹기에 정신이 없는 셈이다. 끼워넣기식으로 추진되는 사업은 대개 정부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수익성이나 타당성이 낮아 폐기된 것들이다. 더구나 해당 의원과 지역 토착세력 간 유착 의혹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교량ㆍ도로 등 불요불급한 사업들이 봇물을 이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스ㆍ이탈리아 등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는 건전재정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국은행은 공공부채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 비율이 121%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와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흥청망청 예산을 낭비할 때가 아닌 것이다. 국가경제와 국민의 입장에서 예산 끼워넣기라는 고질적인 관행은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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