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잦은 오작동… 고속철 ‘고장철’ 될라

고속열차의 핵심장치에 문제가 발생, 시험운행도중 작동이 멈추는 등 크고 작은 고장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장치는 문제점이 나타나 부품이 교체됐으나 이후 다시 이상이 생기는 바람에 4월1일 개통 이전까지 해결이 가능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철도청은 24일 "엔진의 동력을 고속열차에 전달하는 핵심장치인 모터블럭에 이상이 있어 최근 전기제어 소프트웨어를 모두 교체했다"며 "현재는 정상 운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밤 호남선을 시험주행 중이던 고속열차에서 모터블럭이 작동을 멈춰 일부 엔진의 동력이 전달되지 않으면서 속도가 크게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열차에 시승한 국회 건교위 관계자는 "모터블럭은 안전과 직결된 핵심장치여서 시스템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철도청은 통신설비 오작동 등 안전에 직결된 다른 핵심장치에도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내달 15일까지 관련 소프트웨어 및 설비를 교체ㆍ보수키로 했다. 하지만 이들 장치는 새 부품에 대한 성능 및 안전성 시험을 충분히 거치지 못해 운행중 고장의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바퀴도 이상마모 현상을 보이고 있다. 철도청은 국내 고속열차가 프랑스 TGV와 달리 20량으로 긴데다 기존선 구간을 많이 달리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지 못한 상태이다. 기존선로, 특히 전용선로와 기존선로가 연결되는 교행구간 운행의 안전성에 대한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는 선로의 45.3%, 호남고속철도는 67.4%가 기존선로로, 이 구간의 경우 운전 및 통신을 수동으로 작동해야 하지만 고속열차와 운전인력 모두 충분한 테스트와 실습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열차의 경우 철도청은 46편의 시운전 거리가 편당 평균 2만9,000㎞로 충분하다고 밝혔으나 이는 단순 평균일 뿐이며, 지난해 말 인수한 26~46호차는 시험운행거리가 부족하고 그나마 대부분 전용선로 구간에 집중돼 있다. 운전도 기존선로는 표지판을 보고 수동으로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야간이나 안개, 우천시 식별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 기관사의 노선특성 숙지가 필수적이지만 기관사 240명 가운데 기존 경부ㆍ호남선 모두 운행 경험이 없거나 한쪽 노선 운행 경력만 있는 경우가 무려 184명에 이른다. 또 기관사 중 205명은 지난해 9월 이후 증원돼 1월부터 운전실습에 투입된 신참인력이다. 이와 관련, 기관사들은 "노선을 제대로 인지하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린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철도청은 내달 19~21일 상업운전 시간표에 맞춰 운행해본 뒤 문제점을 보완, 운전ㆍ정비ㆍ통신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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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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