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금융기관 구조개선법 내달시행/5대재벌 생보참여 하반기 허용

◎보험업계 일대 회오리/“부실금융기관 방치 더이상 안된다”/정부 직접나서 3자인수·합병권고/신설생보사 작년 적자만 1조육박/“홀로서기” “대그룹에 M&A” 기로올 한해 국내 생보시장은 일대 변혁과 파란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 정부가 나서 퇴출을 명령할 수 있는 「금융기관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 내달부터 시행되는데다 그동안 금지되어 왔던 5대 재벌의 생보업 참여가 오는 7월부터 공식적으로 허용된다. 이에따라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신설 생보사들은 부실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던지 아니면 타사와의 합병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만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반면 탄탄한 영업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대형생보사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활동영역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치 열한 외형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생보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재벌들의 시장참여와 정부의 부실금융기관 처리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재정경제원은 지난해 9월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 정부가 파산 또는 합병명령을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한 금융기관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3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금융기관 구조개선법은 자본잠식이 심하고 자체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 정부가 직접 나서 경영개선 명령이나 합병, 영업양도, 제3자 인수 등을 권고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곳은 바로 생보업계다. 80년대 후반들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신설생보사들 대부분이 아직 부실기관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말 현재 33개 생보사 가운데 당기순이익을 낸 회사는 삼성 대한 교보 제일 흥국생명 등 5개사로 총 8백86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반면 나머지 28개사는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으며 적자규모만도 9천3백90억원을 넘어섰다.회사별로 평균 3백30억원 상당의 당기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신설생보사들의 적자구조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설립이후 지금까지 6∼7년동안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신설사 대부분이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설정한 담보력 기준(지급여력)에도 크게 미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말 현재 한성생명 등 17개 신설생보사들의 지급여력 부족규모는 모두 1조2천39억원. 정부가 정해놓은 담보력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회사별로 평균 1천억원 이상씩의 증자를 단행해야만 할 처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기관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 시행될 경우 신설생보사들은 가장 우선적으로 합병 또는 제3자인수 권고 대상으로 꼽힐 가능성이 크다. 재경원 관계자는 이와관련 『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신설생보사들이 일차 퇴출대상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보험이 장기금융상품으로 은행이나 다른 금융권 상품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합병권고 등 제3단계 퇴출조치는 가급적 늦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행 법규상 퇴출대상을 「채무가 자산보다 많거나 자체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금융기관」으로 포괄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보험업법 개정 등을 통해 이를 보다 세분화시키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간 금지되어 왔던 5대 재벌의 생보업 진출이 오는 하반기부터 전면 자유화되는 것도 생보시장 판도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생보산업 주주참여 제한규정을 일부 개정, 5대재벌을 제외한 나머지 대기업들에 한해 생보업 진출을 허용했었다. 당시 정부는 경제력 집중이라는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자금력을 이용해 지급여력 부족이라는 신설생보사 현안을 해결해보고자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같은 고육책에도 불구하고 실제 부실생보사 인수에 성공한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신설사들이 워낙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함에 따라 M&A를 추진하던 대기업들이 하나 둘씩 손을 들고 말았고 이 과정에서 신설사들의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돼 버렸다. 결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나머지 5대 재벌에 대해서도 진입규제를 풀어주는 것 뿐이었다. 이와관련 정부는 지난 18일 「보험산업 신규진입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대형 5대 재벌의 생보시장 참여를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특히 기업들이 생보사 진출을 희망할 경우 반드시 1∼2개 이상의 신설생보사를 인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아둠으로써 부실생보사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6대그룹 이하의 대기업들이 손을 들고 말았던 신설생보사 인수문제를 5대 재벌들이 나서서 해결하고 그 여파로 생보사 M&A를 재차 활성화시켜 보겠다는 의도다. 한마디로 정부는 신설생보사를 이미 부실 금융기관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더이상 끌어안기보다는 적자생존의 논리에 맡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결국 금융산업 구조개선법 시행에 따른 부실금융기관 퇴출과 대재벌들의 자본력 투하라는 이중구조속에 올한해 생보업계는 업계간 인수합병(M&A)에 따른 새로운 구도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홀로 서느냐 아니면 먹히느냐」 올 한해 생보업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거리다.<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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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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