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러 원유·가스관 건설에 적극 참여를”/KDI 레베드 초청 강연

◎중동석유 절대의존 탈피 대안필요/나홋카 공단 등 시베리아 대규모 사업에 관심을/러와 협력하면 방위산업 등 이득도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레베드 알렉산드르 이바노비치 러시아 민족공화당 당수이자 전국가안보위서기를 초청, 원내 대회의실에서 「시베리아 개발과 한국 기업의 참여」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했다. 레베드 당수는 이 자리에서 『과거 한국 경제건설에 참여했던 경제인들이 한·러간 경제협력 공동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달라』며 『특히 러시아 극동지역부터 북한, 한국, 중국을 잇는 원유 및 가스 송유관 건설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강연회후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악화되는 북한경제가 정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나, 남북한은 분명 조만간 통일될 것』이라며 『남북한과 선린관계를 유지한 러시아가 통일과정에서도 중계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강연내용 요지. 러시아는 아태지역국들과의 상호관계 발전을 주요 정책방향중 하나로 잡고 있다. 특히 러·일 관계는 영토문제 등으로 인해 해결에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반면 러·한 관계는 가시적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는 전쟁후 역동적 경제발전을 이룩, 선진국의 경쟁자로 급부상한 한국의 경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제발전은 국민들의 재능과 근면성, 정부의 의지가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이는 러시아에 큰 교훈을 준다. 이에 이번 한국방문에선 과거 박정희 대통령시절 경제건설에 참여한 경제팀들을 만나 그들에게 한·러간 공동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제안하고 싶다. 러시아는 한국에서 점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원유, 천연가스, 목재 등 원자재뿐 아니라 에너지관련 산업 및 기계산업설비, 첨단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은 당연히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수교 초기 양국간 교역과 한국 기업의 대러투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한국기업들이 밝힌 러시아에서의 사업계획은 대부분 백지상태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또 러시아의 대한국 수출은 아직도 주로 원자재에 국한돼 있으며, 한국의 대러 투자액은 1억1천만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러 경제협력관계는 이보다 훨씬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양국간 경협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현재 한국이 러시아에 대해 완제품을 공급하는 형태로 고착된 무역·통상구조를 생산분야에 대해 협력하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한국 기업인들이 러시아 기업 사유화와 국방산업 설비 민수화, 각 산업간 공동연구개발 및 러시아 지역개발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게 급선무이다. 이와 관련, 본인은 외국인 투자에 관한 한 연방차원의 모든 국세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방세는 그대로 유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활동에 따른 실질적 이익이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직접 돌아가는 융통성있는 세제를 운영해야 한다. 적어도 러시아 영토내에서 러시아 원자재를 이용하는 공장을 건립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3∼4년이라도 혜택을 줘야 한다. 이제 양국 정부와 기업들은 나홋카 경제특구내 한국공단 건설이나 이르쿠츠크 가스개발 등 대규모 공동프로젝트를 적극 진전시켜야 한다. 특히 한국은 극동, 시베리아 지역과의 직접 협력에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방위산업을 비롯한 이 지역의 경제, 과학적 잠재력과 높은 수준의 인적자원이 한국의 자본과 결탁될 때 성공은 확실히 보장될 것이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와 극동지역 천연자원 개발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는 미국과 중국 등이 시베리아 개발을 선점,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나 이들이 점유한 지역은 광활한 시베리아의 10%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세계 원유 매장량의 13%, 가스 43%, 석탄 42%를 각각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은 에너지원의 80%를 해외에 의존하는 점을 감안하면 자원 공동개발에 나서지 않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 한국을 비롯, 일본과 대만 등 대부분 국가들은 아라비아반도나 코카서스 남쪽 지역 등에 원유공급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분쟁지역인 중동에 에너지 공급을 절대적으로 의존할 필요는 없다. 총 연장 21만㎞나 되는 원유 및 가스 운송관을 보유한 러시아가 이들 송유관을 현대화할 경우, 러시아는 중동지역 등 정세불안지역에 원유공급을 의존하는 국가들에 실질적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대한 투자는 어차피 증대될 것이다. 문제는 누가 러시아 경제회복에 선두주자가 되느냐 하는 것이다. 현 단계에서 러시아는 소위 초기단계자본(Start Capital)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스스로를 개발해나갈 능력을 키워갈 것이다.<정리=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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