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경제학상 발자취시카고大 독주속 하버드등 뒤이어
노벨경제학상은 세계 경제학의 거목인 영국의 존 M. 케인스 서거 23주년을 기념해 지난 69년 제정됐다. 경제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경제학자들에게 수여돼온 세계 경제학계에 절대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상이다.
특히 노벨상의 다른 분야들과는 달리 공정성 면에서도 비교적 잡음의 소지가 거의 없어 일명 '신사의 상'으로 통하고 있다.
그동안 수상자들을 면면을 살펴보면 60세를 넘은 원로급 교수가 많았다. 그만큼 수상자들의 학설이나 이론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고 오랜 기간 동안의 연구와 경험을 통해 축적돼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까지 수상자 46명을 국가별로 나눠보면 미국이 단연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최근에 와서 미국 독점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미국이 지식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30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은 시카고대의 독주 속에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가 뒤를 잇고 있다. 명문 위스콘신ㆍMITㆍ프린스턴 등도 한 차례 이상의 수상자를 냈다.
동양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인도의 아마르티아 센이 98년 빈곤 타파를 위한 후생경제학 정립의 공로로 상을 받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발표는 최근 경제학의 트렌드를 살피기 좋은 기회다. 지금까지 수상자들의 학설과 이론을 고찰해봐도 그렇다.
초기 수상자들의 연구분야가 주로 계량경제학 중심이었던 데 비해 최근 수상자들의 연구 분야는 파생금융상품, 인간의 경제행위, 빈곤문제, 자원의 효율적 이용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93년 미국의 로버트 포겔과 더글러스 노스가 경제사 연구로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된 것은 91년 이래 다양성을 보이기 시작한 노벨경제학상 선정 기준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수상과 관련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98년 파산은 업계는 물론 노벨위원회까지 궁지에 몰아넣었다.
파생금융상품이론으로 97년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로버트 머튼과 마이런 숄즈가 회사를 만들어 자신들의 이론을 근거로 투자했다 쪽박을 찼기 때문이다.
이들 수상자가 노벨상의 권위를 실추시켰다는 비난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