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70년을 맞은 일본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에 부정적인 의견을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비해 우익 이념에 동조하는 일본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8∼9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일본이 미국이나 중국 등과 벌인 과거 전쟁에 대해 이웃 여러 국가에 충분히 사죄했다는 의견이 44%, 애초에 사죄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이 13%로 거듭 사죄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이 과반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사죄가 불충분하다는 견해는 31%에 그쳤다. 특히 아베 신조 내각 지지층에서는 사과가 '충분하다'는 답변이 59%를 기록해 '미흡하다(20%)'를 크게 웃돌았다. 비지지층에서는 '충분하다'와 '미흡하다' 모두 39%를 기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유권자 1,627명을 상대로 실시된 것으로 그중 약 62%인 1,015명이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2006년 6월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둘러싼 일본 정부의 사죄·반성이 충분했나'는 질문에 '미흡하다'는 의견이 42%로 '충분하다'는 의견(36%)보다 많았던 것과 대조된다.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도 11%로 더 낮았다.
일본 사회의 보수 우경화 현상은 이미 올해 4월 아사히신문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 '일본이 피해국에 사죄와 보상을 충분히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57%가 '충분히 했다'고 답했다. 2006년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36%가 '충분히 했다'고 답한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일본의 전쟁 이유 규명 노력'에 대해 '충분'했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18%에서 23%로 늘었으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지지한다는 비율도 2006년 50%에서 56%로 올라갔다.
아베 신조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발표를 앞두고 실시된 이번 마이니치 설문조사에서도 일본 총리나 각료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하는 것에 대한 찬성 의견은 55%에 달했다. 반대한다는 답변은 31%에 그쳤다. 특히 아베 내각 지지층에서 총리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찬성 의견은 72%에 달했다. 다만 전체 응답자 중 55%는 외교적 영향을 고려해 야스쿠니신사와 별도로 전몰자를 추도하는 국가 시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근대에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사망한 246만6,000여명이 합사돼 있어 국제사회는 일본 정부 요인이 이곳을 참배하는 것은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참배를 지지하는 일본 보수 인사들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희생한 이들을 추모하는 것은 다른 국가들이 개입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차 정권 출범 1주년이던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바 있다.
다만 과거 전쟁이 잘못된 것이었으며 일본의 평화헌법이 평화 유지에 공헌했다는 인식 또한 높게 나타났다. 조사 결과 전쟁이 잘못이라는 인식은 47%로 어쩔 수 없는 전쟁이었다는 응답(24%)의 두 배에 달했다. 전쟁이 잘못됐다고 답한 이들 가운데 56%는 침략 전쟁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고 3%는 패배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쪽을 모두 이유로 꼽은 이들은 34%였다. 패전 후 일본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공헌한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군대 보유와 무력 행사를 금지한 헌법 9조를 택한 이들이 49%였고 이어 미일 동맹 28%, 자위대 7%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