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시청 앞 광장. 청바지에 민소매로 된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얼굴에 '오 필승 COREA'를 새긴 채 응원단에 섞여 열렬히 응원하던 한 40대 남자가 눈길을 끌었다.
특별히 요란할 것도 없는 붉은악마 복장을 한 이 사람이 관심을 모은 것은 그가 재계 순위 3위인 SK의 오너이자 SK㈜ 최고경영자인 최태원 회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최 회장의 변신에 대한 평은 크게 두 가지다.
단지 축구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응원에 나선 것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쪽과 차세대 대표 기업인으로서 재계에 젊은 힘을 보여줄 의도를 지닌 '바람론'을 제기하는 쪽이 그 것.
이에 대해 SK는 "축구를 좋아하는 최 회장이 한국 축구의 4강진출이라는 국민적 염원에 동참하기 위해서 응원에 참여했다"면서 확대해석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최 회장이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일회성 이벤트에 참여한 것으로 보는 건 지나친 단순화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변별되는 잣대로 '젊음'하나만을 최 회장에게 들이미는 것도 평가에 오류를 범하기 십상이다. SK의 입장은 '공식'그대로인 듯하다.
최 회장이 보여준 파격적인 복장과 행동은 히딩크의 리더십에 온갖 해석을 붙여 '파격적'이라고 했던 것이 가장 상식적이고 일반적이었던 것으로 판명된 것처럼 파격을 빼고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볼 때 그 의미가 정확히 읽힌다.
결국 최 회장의 말과 행동을 차분히 더듬으며 그의 상식적인 행동을 굳이 평한다면 그는 한국적 재벌의 리더에게 쳐진 장막과 선입견을 걷어내고 열린 리더십을 재계와 SK에 보여주고 싶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5월 서울대 공개강의에서 최 회장은 "SK가 세계적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능력있고 독립적인 이사회가 활발하게 경영에 나서야 한다"며 "내가 몸담고 있는 SK가 충분한 수준은 아니어서 아쉽다"고 솔직하게 고백한 바 있다.
이어 "SK의 최고경영자로서 하루 빨리 그런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힘주어 말한 그의 언행을 되돌아 볼 때 이번 응원 참여는 열린 경영의 실천으로 봐야 한다.
최 회장의 열린 리더십에 대한 의지는 앞으로도 계속되고 변하지 말아야 한다.
히딩크가 어린 선수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장난치며 그들 속으로 파고드는 열린 리더십으로 4강신화를 이룬 것처럼 SK도 전임직원이 쌍방간의 활발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 SK의 신화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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