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허위외자유치 악용 잇달아코스닥 등록기업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이 조세회피지역에 역외펀드를 세워 이를 주가조작과 허위 외자유치 등 불공정거래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당국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역외펀드(offshore fund)는 기업 또는 금융회사가 유가증권매매에 따른 세금이나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해 조세회피지역 등 제3국에 설립하는 펀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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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벤처투자회사인 M사는 지난해 말레이시아에 있는 2개의 역외펀드를 이용해 코스닥기업인 바른손의 주가를 조종한 혐의가 드러나 관련자들이 시세조종 및 미공개정보이용 위반으로 검찰에 수사의뢰된 것으로 밝혀졌다.
조세회피지역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설립된 이들 펀드는 바른손의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지난해 7월부터 바른손 주식을 수시로 사고 팔아 시세를 조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펀드가 주식을 사고파는 동안 바른손의 주가는 감자이후 재상장된 지난해 6월26일부터 24일(영업일 기준)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당시 1만7,500원의 주가가 12배나 상승해 7월23일에는 23만1,500원까지 치솟았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역외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 역외펀드를 이용한 시세조종과 허위 외자유치 행위를 색출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또 역외펀드를 운영하면서도 이를 신고하지 않는 기업도 가려내 관련법규의 위반사실이 드러나면 검찰고발 등 강력 징계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스닥 등록기업인 P사 등 3개사가 해외에 역외펀드를 세워 주가관리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서로 짜고 역외펀드를 설립한 뒤 상대방 기업의 주가를 띄워준 S사 등 2개사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국제업무담당자는 "코스닥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조세회피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기 회사 돈을 빼돌린 뒤 다시 국내로 들여와 외자를 유치했다고 공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같은 공시가 나가면 투자자들은 외국자본이 들어온 것으로 착각해 주식을 대거 매수하면서 주가가 급등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내기업, 특히 코스닥등록기업들이 단골 호재로 선전하고 있는 외자유치의 상당수가 역외펀드 등을 활용한 자작극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역외펀드가 국내 증시에서 불공정거래를 일삼으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사례가 많다"며 "이번 기회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규진기자
김성수기자
[경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