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에 영원한 게 어디 있나요?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죠.”
최근 LG텔레콤과 손잡고 항공마일리지 적립서비스를 선보인 한국씨티은행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마일리지 적립률이 중간에 축소될 가능성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5월 초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적립률을 33%나 줄인 적도 있기에 이런 문제에 신경을 쓸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약관에 마일리지 적립 변경 가능성이 명시될 것인지를 묻자 “약관에 그런 것까지 적혀 있을지는 자세히 모르겠다”며 끝까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만약 씨티가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를 고객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태도다.
은행들이 올들어 신용카드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대대적인 부가서비스 혜택을 담은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업체들이 서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데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중간에 서비스 혜택을 줄이는 것을 당연시한다면 이는 고객을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카드 업계의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드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발급 당시 약속했던 서비스를 계속 보장해주고 싶지만 경영환경 변화와 제휴사의 사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혜택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처럼 홍보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마일리지 적립, 주유 할인 등의 각종 부가서비스 혜택이 언제 줄어들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가입자들도 많다. 카드사들은 일방적으로 혜택을 줄여놓고 ‘어쩔 수 없는 처지’라고 간편히 말하면 되는 일인지 묻고 싶다.
‘서비스는 영원하지 않다’고 말하는 은행에 차라리 항공마일리지 적립서비스를 중단하라고 권하고 싶은 심정이다. 얼마든지 회사 사정에 따라 줄일 수 있고 그렇게 해도 당연하다고 여기는 서비스를 가지고 소비자들을 유혹하느니 지속 가능한 서비스에 주력하라는 얘기다. 이게 바로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