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상부상조의 정신/배기효 세계물산 대표이사(기업인 문화칼럼)

이틀만 지나면 1997년 한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다. 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올 한해처럼 다사다난했던 한해는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경기침체로 인한 많은 기업들의 도산과 실업자 양산, 환율급등, 주가폭락, 심지어는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구하는 엄청난 일들이 스쳐지나 갔다. 다가오는 1998년에는 경기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적으로 좋은 일이 가득하기만을 바라고 싶다. 지금 우리나라는 엄청난 국가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금융대란에다 과소비 및 외제품 선호의 만연으로 국가경제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려 급기야는 국제통화기금에 원조를 요청하게 됐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릴 시기가 아니다. 우리모두의 잘못이다. 경제호황으로 번영을 누리며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라고 들뜨고 너도나도 할 것없이 그 호황의 거품에 빠져 도취해 있을때 많은 후발국가들은 무섭게 성장하여 우리의 자리를 조금씩 차지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두레」라는 좋은 풍습이 있었다. 「두레」의 기본정신은 바로 상부상조다. 마을단위에 자연스럽게 생겨나 조선시대에 들어와 상당히 활발해진 「두레」는 암울했던 일제시대에는 국채보상운동의 뿌리가 되어 온 국민을 하나로 뭉쳐 일제와 맞서 나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우리에겐 반만년의 유구한 세월을 겪으며 다져온 저력이 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시대, 6·25 사변 등을 서로돕고 의지하며 꿋꿋이 견뎌내어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올림픽을 개최한 저력의 민족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겐 새로운 「두레」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온 국민이 파탄에 빠진 국가경제를 구하기 위해 상부상조해야 한다. 다시 시작한다는 새로운 각오로 신국채보상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나라를 구한다는 데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절약을 생활화하고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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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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