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침체 우려…불안심리가 문제

허약체질 국내경제 냉각 스테그플레이션 우려 미국이 테러응징을 위한 보복공격에 본격 돌입함에 따라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 경제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경제에 가장 무서운 적은 심리적 공황이다. 경제에 미치는 실제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문제는 심리에 달려 있다. 소비자들은 더욱 증폭된 불확실성에 몸을 움츠릴 게 뻔하다. 보복공격이 현실화됨에 따라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미국의 민간소비가 무너질 경우 그 여파는 다른 나라에도 그대로 전해져 국내 경제도 큰 시련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최근 국내 경제는 걸프전이 발발했던 지난 91년초보다 크게 허약한 체질을 갖고 있다. 당시 경제성장률은 10%에 가까웠으나 올해에는 2%대 성장도 버거운 실정이다. ◇물 건너 간 경기 회복 기대감= 전쟁발발로 당장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판이다. 이런 전망은 이미 미국의 테러사태가 발생하면서 봇물터지듯 잇따르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호에서 테러 이전에도 이미 미국과 세계는 경기침체에 가까운 위험한 상황이었으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분기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크레딧 스위스 포스트 보스톤사는 "미국 GDP 성장률은 3, 4분기에 모두 0.8%p 씩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양대 경제예측기관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와 데이터리소시스인스티튜트(DRI)가 합병해 출범한 DRI-WEFA 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4ㆍ4분기 미국경제 성장률이 0.5%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회복을 예상하였던 대부분의 전망기관과 투자은행의 전망을 완전히 뒤집는 셈이다. WEFA-DRI 내년 실질 GDP증가율도 당초의 2.4%에서 2.2%로 수정 전망하고 경기회복국면이 빨라야 내년 2ㆍ4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망은 테러사태의 영향만을 고려한 분석이다. 보복조치로 전쟁이 벌어진만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미국경제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면 국내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는 자명하다. 지난 7월 34년만에 최대의 감소율을 보였던 수출은 그보다 더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제3의 오일 쇼크 가능성 =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 경제로서는 국제 원유시장이 마비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원유 공급 차질로 인해 유가가 급등할 경우 물가상승으로 국내 경제는 저성장속의 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에 빠지게 된다. 지난 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후 국제 유가는 한 때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1배럴당 20달러선에서 40달러까지 치솟는 등 걸프전이 끝난 91년 2월까지 반 년여에 걸쳐 심각한 불안 양상을 나타낸 바 있다. 그 당시 주요 석유 수출국이었던 이라크와 쿠웨이트는 동시에 석유 수출을 중단해 하루 약 450만배럴의 원유 공급 부족사태가 초래됐었다. ◇확전 여부가 충격 결정=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들의 공황심리, 국제 금융시장 마비, 국제 유가 급등 등으로 세계 경제는 급속도로 냉각될 것이 확실하다고 대다수 경제분석기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무력 충돌이 전 중동지역으로 확산되지 않고 조기에 수습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인 영향만을 줄 것이다. 전쟁의 양상이 미국측에 동조하는 서방국들과 전아랍권들과의 전면전으로 이어지지만 않는다면 큰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길도 얼마든지 열려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세계 및 국내 경제를 안타깝게 하고 있는 것은 아무도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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