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없는 은행이 온다] 2부 <1> 쏟아지는 신개념 뱅크

TV뱅크서 증강현실·블루투스 뱅킹까지… 송금·결제시장 빅뱅

日 최대 인터넷전문은행 SBI 국내시장 상륙채비

시장 판 키우려면 제도 개선·규제 장벽 허물어야


카카오톡 메시지로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의 출시는 우리 금융산업 지형도 변화의 서곡이다.

아주 작게는 기존 '소액 송금 서비스 시장'이 잠식되면서 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금융거래 전반에 정보기술(IT)화를 급속도로 진전시키고 나아가 인터넷은행 등 금융산업의 모형을 확 바꿀 수 있는 동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신개념 뱅크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서는 금융실명제법·금산분리법 등과 같은 규제 철폐 등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산업의 근본적인 발전을 막는 이들 규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는 IT 선진국이면서도 금융 후진국인 기형적인 모형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쏟아지는 신개념 뱅크=우리와 하나은행은 영업점 방문 없이 휴대폰으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말 현재 우리은행의 스마트폰 신용대출은 650건, 49억원이며 하나은행은 353억원을 취급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실적이 전년 동기(123억원)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기업은행의 경우 은행 방문 없이도 사내 인트라망에서 금융업무를 볼 수 있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함께 웃는 금융몰'이라는 이름으로 악사손해보험·서울보증보험 등 21개 법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온라인뱅크'는 현재 640개 법인을 확보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KT(올레)와 결합해 이른바 'TV뱅크'로 '은행 없는 은행'을 구현하고 있다. 고객들은 올레tv 셋톱박스에 현금카드를 꽂거나 TV머니 전용계좌에 직접 이체해 'TV머니'를 충전한다. TV머니는 IPTV에서 제공하는 영화·드라마, 홈쇼핑 상품을 결제할 때 이용할 수 있다. 리모컨을 통해 비밀번호만 누르면 결제가 된다. 올레tv에서는 은행 현금IC카드를 이용해 계좌조회·이체·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은행·신한금융 등은 신개념 뱅크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8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하나N뱅크'에 증강현실(AR) 기능을 추가해 스마트폰을 비추는 것만으로 주변 아파트단지 시세정보를 알 수 있게 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신한금융은 근거리무선통신 장치 비콘이나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한 위치기반 서비스 출시를 검토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제2금융권에서도 신개념 뱅크를 꿈꾸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SBI저축은행 임직원들은 8월 인터넷뱅크로 성공한 모그룹 'SBI 스미신 넷 뱅크'를 방문했다. SBI홀딩스는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인터넷뱅크 사업을 하려 한다. 친애저축은행은 일본 경영진을 중심으로 한국 내 서민금융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터넷뱅크를 키워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뱅카에 벌써부터 시장 격변=금융과 IT 융합은 당장 송금 서비스 부문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벤모'다. 벤모는 친구와 간편하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앱으로 미국에서는 보통명사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2012년 벤모의 거래비용은 5,900만달러였으나 2014년 1·4분기에는 3억1,400만달러로 5배 이상 급성장했다. 뱅카 송금 서비스의 급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뱅카를 통해 이용 가능한 모바일현금카드·선불카드로 '오프라인 결제 시장' 또한 석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오는 11일부터 신세계·이마트·세븐일레븐 등 대형 가맹점에서 휴대폰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고객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1일 한도(600만원)까지 결제할 수 있다.

◇신개념 뱅크 외연 넓히려면…규제 철폐 동반돼야=전문가들은 신개념 뱅크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서는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들도 금융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금융실명제·금산분리법 개정은 신개념 뱅크 육성을 위한 필수과제다. 알리바바의 성공은 금융실명제가 없는 중국 금융산업의 특수성에 기반한다. 미국 또한 온라인만으로 계좌개설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실명제법 때문에 불가능하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막고 있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도 걸림돌이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제조업·IT 기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온라인뱅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1년 SK텔레콤과 롯데·코오롱 등 대기업은 안철수연구소(현 안랩)와 공동 출자하는 방식으로 가칭 '브이뱅크' 설립을 추진했지만 금산법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4일 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해 "이를 허용하기 전에 은행에 대해 산업자본을 허용할 것인지, 소유 제한은 어떻게 할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대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 개 은행에서 대면 확인한 고객에 대해서는 다른 인터넷뱅크에서의 실명확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조치를 취하거나 금융사가 인수한 IT 회사를 통해 인터넷뱅크를 설립하면 금산분리 적용이 안 되게 하는 방식으로 금산분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