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우라늄.플루토늄 실험과 관련, 미국 일각에서 `의도적인' 정보 흘리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핵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떤 의도로 정보 흘리기를 하고 있을까.
북한에 이어 남한마저 때 아닌 `핵몸살'을 일으킨 우라늄 분리실험 실시 보도는 이달 초 미국 워싱턴 정가와 행정부를 취재 대상 겸 정보 수요처로 하는 전자우편정보지인 `넬슨 리포트'라는 매체에서 시작됐다.
이 매체가 미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 관련 의혹을 보도하자 주요 매체들이 확인에 들어갔고 한국 정부는 파장을 우려해 비공개가 원칙인 IAEA 보고사항을 전면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플루토늄 추출 보도의 진원지도 비슷하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AP는 지난 8일(미국 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하는 미 행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빌려 "한국이 20여년 전에 극소량의 플루토늄 비밀실험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9일 일본 유력지인 아사히 신문은 80년대 전반에 서울의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했다는 미 정부 당국자를 등장시켜 "한국은 전두환 정권 당시인 82∼83년에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개발 계획을 극비리 추진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실험은 안보리에 회부될 것"이라고예단해서 보도했다. 소스는 역시 미 행정부의 고위관리였다.
정부 내에서는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IAEA(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에서 정식 의제도 아니고 구두 보고될 예정인 사안에 대해, 안보리 회부 운운하는 것에 대해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보도의 경우 더 나아가 핵문제와 관련, 한국과 이란을 동일시하려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IAEA 전 사찰단원이었던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대표의 "한국의 플루토늄 추출 실험에 대한 의혹이 명백하게 해소되지 않으면 한국도 `미니 이란'이 될 위험이 있다"는 발언까지 보도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미 행정부는 지난 2일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면서도 한국 정부의 자진신고와 IAEA의 조사에 자발적이고 전면적인 협력 사실을 들어, "우려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최근 일련의 보도의 소스는 어디일까.
국내 핵문제 전문가들은 미국내 강경파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순수한 과학적 목적에서 1회성에 그쳐 한국-IAEA 간에 비공개 리에 해결할 수준의 한국 우라늄.플루토늄 추출 실험을 과대 포장함으로써, 뭔가 노리는 게 있다는것이다.
특히 `우라늄 분리실험, 유엔 안보리 회부 운운' 보도는 핵문제의 안보리 상정을 극구 거부하는 북한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IAEA 핵안전협정을 어겼다면 아무리 경미한 사안이라도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는데,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핵문제야 회부가 당연하지 않으냐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대통령 선거 전에 6자회담이 개최된다고 하더라도 별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내 강경파는 내심 사태 악화를 통해 제4차 6자회담의 연기를 바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최근 일련의 보도를 이와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에서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6월의 3차 6자회담에서 미국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가 한국의 안을 본 떠 자국안을 마련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역할이 확대된것에 대해 미국내 강경파가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왔으며, 이번 우라늄.플루토늄 추출실험을 계기로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키려 한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인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