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수정 제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안이 예상과 달리 이전보다 강경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결의안 채택을 놓고 안보리 내부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사실상 대북 봉쇄를 의미하는 ‘북한 화물 검색’과 ‘북한 인사 방문 금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당초 이번주 내로 예상됐던 유엔 대북 결의안 통과시기도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 강경해진 수정안=11일(현지시간) 미국이 제출한 안보리 대북 결의안 초안에서 미ㆍ일 양국은 ‘유엔 헌장 7장’에 따른 강력한 제재를 분명히 했다. 수정안은 지난 9일 제출한 1차 초안의 주요 내용을 모두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 고위관리와 ‘북한 정책을 지지하는 개인 및 그 가족’의 입국을 금지한다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북한을 지지하는 국가들 역시 제재함으로써 북한을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수정안에 대해 특히 일본의 입장이 강경하다. 북한의 핵실험이 안보리는 물론 국제사회의 자제 요구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인 만큼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것.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북한 상품 수입 금지 등 대북 추가 제재조치를 발표하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미국 역시 이에 동의하고 있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수정된 결의안을 제출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수의 이견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 사실이 유엔헌장 7장의 제재대상으로 규정된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명백한 위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북한 화물 검색은 불가’= 중국은 수정 결의안이 이전보다 더 강경한 것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기본 입장은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하되 경제ㆍ외교적 제재를 규정한 41조만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 이중에서도 중국이 물러서지 않고 있는 것은 ‘북한을 드나드는 화물을 검색할 수 있다’는 조항. 화물 검색은 사실상의 ‘해상 봉쇄’를 의미하는 것이고 동북아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게 중국의 주장이다.
새로 추가된 ‘북한 지지인사의 입국 금지’ 조치도 중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과 북한의 ‘혈맹’관계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류젠차오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엔의 제재안이 징벌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된다”며 “(유엔의) 조치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평화와 안정, 그리고 대화 재개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보리 결의안 통과 다음주로 연기 가능성도= 북 결의안을 놓고 양측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당초 이번 주 내로 예상됐던 결의안 투표가 뒤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안보리는 이날 오후 속개되기로 예정됐던 미ㆍ중ㆍ러ㆍ영ㆍ프 5개 상임이사국과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일본 등 6개국 대사급 회의를 연기시켰다.
이와 관련, 오시마 겐조 일본 대사는 “아직 더 논의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 말해 합의가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그렇다고 주내 타결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과 일본 등은 수정안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거세자 별도의 회동을 갖고 중국측이 수용할 수 있는 타협안을 마련 중이다. 중국 역시 탕자쉬안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미국과 러시아에 급파, 입 조율에 나서 막판 극적인 타협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현지 외교가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