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섣부른 ‘자동차보험 요율제도 개선안’

지역과 자동차 모델별로 보험료를 달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감독원의 `자동차보험 요율제도 개선 방안`은 정책이라기 보다는 희망사항에 가깝다. 방향은 맞지만 현실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연히 지역감정만 유발하고 자동차산업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자동차사고가 많은 지역 거주자의 보험료는 높아지고 같은 등급 차량이라도 모델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진다. 또 장기 무사고 운전자로 최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기한이 종전의 7년에서 12년으로 늘어나며 일률적으로 3년간 할인ㆍ할증이 금지돼 있는 가해자 불명 사고의 요율체계도 세분화된다. 전체 보험료 수준은 변동이 없다고 하나 오르는 조치는 가시화 되고 내리는 내용은 분명하지 않아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자동차제조업체 등의 반발이 거세 실제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지역별 보험료 차등화다. 광역시 및 도별 손해율이 2002회계연도(2002.4∼2003.3)의 경우 최고 80.8%에서 최저 55.6%에 이르기까지 크게 차이나는 만큼 보험료도 차별화해 형평에 맞도록 고치겠다는 것이 당국의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지방자치단체의 사고 예방 노력과 운전자의 법규 준수의식 고취 등으로 인해 결국은 보험료 부담이 가벼워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고율의 차이가 운전자 개개인의 잘못 보다는 도로 및 안전시설, 신호체계 등 교통여건의 차이에 기인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이를 보험료 차등화로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공연히 지역감정까지 부추기게 돼 자칫 소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상황이 될 수 있다. 자동차 모델별 보험료 차등화도 문제의 소지가 많다. 같은 등급의 차량이라도 손상성, 수리의 용이성 등에 따라 등급을 매겨 보험료를 다르게 책정하는 것인데, 이 제도는 자동차회사가 사고시 손상이 적고 비용이 저렴한 부품을 사용하는 차량을 개발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 주는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보험료 차이가 안전성의 차이로 오인될 가능성이 커 자동차 시장에 상당한 왜곡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이 이번에 제시한 안은 `이상`에 가까워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를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여론수렴과 주의환기 차원에 그치고 보다 효율적인 방안을 다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향은 맞는 만큼 시행의지를 분명히 하되 충분한 유예기간과 보완조치를 마련한 뒤에 시행해야 할 것이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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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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