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李대통령-孫대표, 대화 물꼬는 텄지만…

20일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간의 영수회담은 17대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합의도출에 실패했지만 꼬인 야당과의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진 이날 회동에서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매우 격의 없고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날 회담의 주의제인 한미 FTA와 쇠고기 재협상이라는 정국의 양대 현안을 놓고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데 그쳐 앞으로 교착정국 해소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쇠고기 재협상 문제를 놓고 이 대통령은 이날 한미 양국이 발표할 추가 협의내용에 대해 “야당과 국민이 우려하는 부분을 상당히 해결할 수 있는 사실상 재협상에 준하는 내용”이라고 손 대표에게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현재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인 일본ㆍ대만 등과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면 수정보완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손 대표는 이에 대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금지해야 하고 30개월 미만이라고 해도 광우병위험물질(SRM) 수입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손 대표는 또 쇠고기 파동 등 최근 국정난맥과 관련, “신뢰의 위기가 왔다”며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으며 이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이 일부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며 소통의 부재가 문제였음을 인정했다. 쇠고기 재협상에 대한 양측의 이견차가 확인되면서 한미 FTA 조기 비준 문제도 진전이 없었다. 이 대통령은 17대 국회 내 처리를 위해 손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부터 일관되게 한미 FTA 비준 찬성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쇠고기 협상 때문에 FTA 문제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이 절실히 원했던 한미 FTA 조기 비준에 대한 야당의 협조 약속도, 손 대표가 기대했던 쇠고기 재협상에 대한 대통령의 구체적인 언급도 없었던 것이다. 한편 남북관계 경색과 관련, 손 대표가 “식량지원 차원을 넘어서 6ㆍ15와 10ㆍ4 정상회담 등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인정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우리가 꽉 막힌 게 아니라 새 정부 출범 이후 조정기에 있다”며 “이번에 미국이 북한에 쌀 50만톤 지원에 나선 것도 한국 측의 노력도 들어가 있다”며 새 정부의 노력을 강조하는 등 양측간의 대화가 좁혀지는 듯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손 대표의 소송취하 요청도 없었으며 당초 15분여 동안 배석자 없이 독대가 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이 대통령과 손 대표간 독대는 없었다. 이날 회동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가시적인 합의나 성과가 없었지만 이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간 대화의 물꼬를 틈으로써 ‘소통의 채널’을 넓혔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회담 후 “그러다가 내일쯤 (한미 FTA 비준을) 받아들이면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며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는데 예단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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