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119구조헬기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 써야

인천시 소방안전본부 공무원들이 지난 23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긴급보고'를 하려고 소방헬기를 이용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공무수행이었다지만 소방헬기의 최고 우선순위는 '인명구조 및 화재진압'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헬기를 이용한 1시간여 동안 긴급출동 요청은 없었지만 '임무불능' 상태가 초래됐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안행부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연평도를 포함한 서북 5도의 비상경보 방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최근의 한 보도와 관련해 안행부는 22일 인천시나 옹진군에서 현황보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시 소방안전본부는 인천시장의 지휘를 받지만 안행부와 산하 외청인 소방방재청이 관련업무를 총괄하므로 유 장관은 슈퍼갑(甲)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헬기라도 타고 현장으로 날아가려는 동기가 생긴다. 연평도의 비상경보 방송 문제는 연평면장이 잘 알지만 서북 5도의 현황은 본부가 제일 잘 알지 않나. 따라서 보고자를 특정하지 않은 안행부가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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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인천에서 연평도로 가는 첫 고속여객선은 오전8시에 출발하고 2시간 이상 걸린다. 유 장관이 9시30분 연평도에 도착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본부 공무원들의 헬기 이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응급상황 발생을 우려해 연평도에서 돌아올 때는 배편을 이용한 점도 바람직한 처신이다. 그런 점에서 2003년 현충일에 새만금을 방문한 청와대 정책실 비서관ㆍ행정관 6명과 가족들이 전라북도 소방헬기로 현장을 둘러봐 '헬기관광'이라는 비판을 받은 사례 등과는 성격이 다르다.

막상 '장관님 보고'는 성사되지 않았다. 유 장관이 서울에서 타고 가려던 헬기가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에 운항하지 못해 보고 자체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본부 공무원들은 현지에서 그 소식을 들었다. 소방헬기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공무'에 동원돼 입방아에 오르는 걸 막으려면 장관과 그 보좌진부터 분명하게 처신해야 한다. 소방헬기 운영규칙 등도 좀 더 까다롭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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