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유동성 과잉 어떻게 풀까

[목요일 아침에] 유동성 과잉 어떻게 풀까 김희중 jjkim@sed.co.kr 돈이 너무 넘쳐 탈이다. 현금을 포함해 예ㆍ적금, 채권 등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광의의 유동성은 지난 5월 말 1,914조원에 달했다. 4월 말에 비해 25조원이 늘어난 액수다. 하루에 1조원꼴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중소기업 대출, 예금상품 판매를 동시에 늘린데다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수익증권으로 돈이 몰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현상에 대한 설명일 뿐이다. 유동성총액은 지난해부터 6개월마다 100조원씩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5월 1,700조원이었던 유동성총액은 6개월 후인 11월에는 1,800조원을 넘었다. 그리고 또 6개월이 흐른 올해 5월 1,900조원대로 진입했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11월에는 유동성총액이 2,000조원을 넘을 것이 분명하다. 유동성은 왜 이렇게 계속 팽창하는 걸까. 정부와 기업ㆍ해외 부문에서 모두 돈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 속에서도 수출은 날개를 단 듯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조선의 경우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올해 수출만 2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전망치를 다시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급증하는 단기외채도 유동성을 급속히 팽창시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외국은행 지점장들을 불러 외화 차입의 자제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싼 금리의 외자를 들여오면 국내에서 비싼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다 원화값까지 계속 강세를 지속하니 환차익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단기외화 차입은 2004년 말 564억달러, 2005년 말 659억달러였으나 부동산 광풍으로 자금수요가 늘면서 국내외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조달에 나서 3월 말에는 1,298억달러까지 늘어났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의 절반이 단기외채가 차지하고 있다. 정부 부문에서도 돈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가 수도권 2기 신도시 개발을 비롯해 혁신도시ㆍ행정중심도시 등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개발하면서 토지보상금이 급증했다. 올해와 내년에 이런 토지보상비로 나가는 돈만 47조원이다. 참여정부 통틀어서는 무려 114조원에 이른다. 유동성 증가 자체를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문제는 경제 규모에 비해 돈이 너무 많이 풀리고 있는데다 그 증가 속도도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그 폐해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원화 강세에 속수무책이다. 외화가 들어오지만 어느 정도 해외로 빠져나가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국내에만 계속 쌓이고 있고 그러다 보니 원화값이 계속 치솟는다. 이로 인해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속증하고 있다. 그렇다고 금리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여유자금이 시설투자나 연구개발 등 산업자금화하지 않고 투기성이 강한 주식시장 등으로만 몰리는 것도 문제다. 과잉 유동성은 필시 자산 가격의 거품을 초래하고 물가 앙등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도 고민이 많다.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재정경제부 등은 외국은행 지점의 단기외화 차입을 규제하고 한국은행은 정책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자금의 수요가 꾸준하고 외부 공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물꼬를 틀어막는다고 해서 유동성이 줄어들기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인위적인 축소정책보다는 넘치는 유동성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궁리해야 한다. 1,000대 기업들이 쌓아두고 있는 여유자금만 364조원이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지 못한 탓이 크지만 거미줄 같은 규제 때문에 투자를 못하는 측면도 강하다. 산업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길을 터준다면 경제 활력도 살리고 유동성 과잉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다. 외화를 해외투자로 돌리는 노력도 요구된다. 정부는 오늘 단기외화 차입을 억제하는 대책을 발표한다. 외은 국내지점의 외화 차입 비용을 무겁게 물리는 게 골자다. 해마다 막대한 경상흑자를 내면서도 기업과 개인의 해외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외화 유입으로 인한 유동성 과잉 문제를 해소하고 엔화 환율도 안정시키는 일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우리도 상품 수출 못지않게 자본 수출에도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입력시간 : 2007/07/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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