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채권단 '보신주의 회계실사' 산으로 가는 기업 구조조정

회생보다 부실 회피에 급급<br>주가급락 등 투자자 피해만


은행 등 금융회사의 수익이 눈에 띄게 나빠지면서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에 대한 회계실사도 지나치게 보신주의로 흐르고 있다. 채권단은 "당장의 경기에 좌우되는 실사 결과를 두고 몇년 후 좋아질 것이라고 기업들이 강조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하지만 기업들은 "실사 결과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채권단이 회생 가능성보다 부실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부실이 과도하게 확대 포장되면서 실사가 오히려 기업의 구조조정을 갉아 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건설과 해운ㆍ조선 등 구조조정 대상 회사들은 실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속전속결'이 생명인 구조조정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덩달아 주가급락 등으로 애꿎은 투자자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20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사모펀드본부(PE)가 삼일 회계법인 등에 의뢰, 실시한 STX팬오션의 자산ㆍ부채에 대한 예비실사를 두고 채권단과 업계가 충돌하고 있다.


STX는 산업은행이 STX팬오션에서 보유한 선박 가치를 평가할 때 현재 배 값만 따지고 장기운송 계약에 따라 미래에 벌어들일 가치는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STX팬오션의 장부가치가 제로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왔고 산은의 STX팬오션 인수가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STX팬오션은 지난해 말 기준 총 371척의 선단을 운영하고 있고 상당수는 국내외 전략 화주들과 15년~20년 이상의 장기운송 계약을 맺었다. 브라질 펄프 생산업체인 피브리아사(50억달러)는 물론 포스코, 현대제철,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브라질 발레사 등과도 장기 전용선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실사 결과는 미래의 이익구조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조차 "해운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배의 자산가치를 평가할 때 장기운송 계약도 플러스 요인으로 반영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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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팬오션뿐 아니다. 일부 저축은행도 보유자산 가치를 3분의1로 깎아내리면서 결국 퇴출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회생절차를 밟았던 A건설회사는 미분양아파트나 건설업황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보수적이어서 추가 지원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 워크아웃 건설사의 경우 채권금융기관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주단이 자금지원 순서를 놓고서도 갈등을 겪으며 적기 지원을 놓쳐 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도 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덩치가 큰 회사의 경우 그나마 정부 등이 주목하기 때문에 채권단이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본다"면서 "중소업체는 채권단의 입맛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된다고 보면 맞다"고 말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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